트럼프, 메디케이드 예산 1조달러 삭감

재가 요양서비스 의존 장애인 450만 명 타격 불가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1조 달러(약 1400조원) 규모의 메디케이드 예산 삭감을 추진하면서, 미국 전역의 중증 장애인들과 가족들이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21일 장애인 450만 명이 의존하는 ‘지역사회 기반 재가요양 서비스(HCBS)’가 심각한 축소 위기에 놓였다고 보도했다. 이 서비스는 요양 시설 대신 간호사나 요양보호사가 직접 가정을 방문해 의료·일상 지원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메디케이드는 원래 저소득층 대상의 공공의료보험이지만, 장애인에게는 ‘삶의 질’을 보장하는 핵심 제도로 기능해왔다. 특히 HCBS는 장애인이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독립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수단이다.

방문 간호, 위생·의료 소모품, 물리치료, 작업치료 등이 포함되며,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웨이버(Waiver)’ 제도를 통해 확대된 서비스를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예산이 삭감되면 각 주 정부는 ▷서비스 시간 축소 ▷요양보호사 인건비 삭감 ▷웨이버 선정 기준 강화 ▷신규 대상자 선정 지연 등의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경고다.

백악관은 예산 삭감이 실제 서비스 축소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티오 머켈 백악관 정책보좌관은 “각 주 정부의 조정만으로 연방 삭감분을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며 “서비스 축소 주장은 고의적인 여론 호도”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벤저민 소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그건 희망사항일 뿐”이라며 “서비스 유지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따른다”고 반박했다.

NYT는 여러 장애인 가족의 사례도 소개했다.

유타주의 10세 희귀병 환자는 하루 24시간 집중 간호가 필요하다. 튜브로 영양을 공급받는 8세 아동은 담당 간호사가 하루만 쉬어도 학교에 갈 수 없다. 웨이버 덕분에 치료를 받는 피부질환 아동은 감염 방지를 위한 소모품이 절실하다.

메릴랜드의 장애인 인권운동가 로브 스톤 씨는 “나는 그냥 생존하고 싶지 않다. 사회 속에서 독립적이고 충실한 삶을 살고 싶다”며 “그 가능성을 메디케이드가 만들어줬다”고 말했다.

NYT는 “장애인과 가족에게 메디케이드는 곧 삶”이라며 “예산 삭감은 수많은 가정에 절망을 안겨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