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구 냄새 나는 물, 족쇄, 공황 발작…지금도 외출 어렵다”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총을 든 요원들이 들이닥쳤습니다. 공황 발작이 왔고, 그때의 냄새를 지금도 맡으면 숨이 가빠집니다.”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에서 지난 4일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의 급습으로 구금됐다 귀국한 한국인 근로자 A씨는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지금도 외출이 어렵다며 당시 심각한 정신적 충격을 토로했다.
A씨는 미국 체류 기간 중 단기 ESTA 비자로 5주간 체류하며 특수 장비 사용법을 가르치는 임무를 수행 중이었다. 단순한 교육과 회의였고, 불법적인 노동도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ICE 요원들이 공장을 급습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무장 요원들이 사무실에 들이닥쳐 수갑을 채우고, 허리와 발목을 족쇄로 연결한 채 호송 차량에 태웠다. A씨는 “머릿속이 하얘졌고, 공황 상태가 왔다. 왜 이런 대우를 받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고 했다.
함께 구금됐던 B씨 역시 끔찍한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단순히 쉬는 중이었는데 갑자기 총을 든 요원들이 들이닥쳤고, 우리에게 총구를 겨눴다”고 말했다. 일부 요원들은 빨간색 레이저가 나오는 총을 직접 겨눴다는 주장도 나왔다.
비자를 소지한 사람들조차 신분 확인 기회 없이 구금됐고, A씨와 B씨 모두 허리, 발목, 손목이 모두 연결된 족쇄 상태로 수송됐다. “손으로 얼굴조차 만질 수 없을 정도로 조여 있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구금 시설은 기본적인 인간의 존엄도 지켜지지 않았다. A씨는 “60~70명이 한 방을 썼고, 방 안은 냉장고처럼 얼어붙어 있었다. 반팔 옷에 수건 하나로 밤을 버텼다”고 전했다.
이틀간 이불조차 지급되지 않았고, 새로운 구금자들은 침대도 없어 바닥이나 책상에 기대 잠을 자야 했다. B씨는 “너무 추워서 포장된 빵을 전자레인지에 데워 밤새 껴안고 자는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식수에 대해 A씨는 “하수구 냄새가 났고, 최대한 적게 마시려 애썼다”며, 비위생적인 환경에 대해 고통을 호소했다.
A씨는 지난 12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가족과 재회했지만, 기쁨보다 공허함이 먼저 밀려왔다. “속이 텅 빈 것 같았다. 어머니가 저녁을 차려주시자 그제야 실감이 나서 눈물이 났다”고 했다.
하지만 외출은 여전히 어려운 상태다. A씨는 “밖에서 구금 시설에서 맡았던 냄새가 나면 몸이 떨리고 숨이 가빠진다”고 말했다.
B씨도 “공항에서 웃는 얼굴로 나왔지만, 지금 생각하면 눈물이 나기 직전 상태였다”며, 트라우마가 일상에 깊이 남아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다시 미국에 가고 싶지 않다고 말하면서도, “이 일은 30년 동안 해온 생계이자 삶”이라며 딜레마에 놓여 있음을 털어놓았다. B씨는 “다른 일을 할 수도 없고, 가족이 생계를 걸고 있다”고 말하며, 현실적인 고통도 함께 호소했다.
해당 단속에 대해 ICE는 불법고용 단속이었다고 설명했지만, 비자를 소지한 근로자까지 무차별적으로 구금한 사실이 확인되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전 보도에 따르면 일부 요원들은 ‘노스 코리아’, ‘로켓맨’ 등의 조롱을 했고, 미란다 원칙조차 고지되지 않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번 사태에 대해 대한민국 외교부는 전수조사를 실시 중이며, 인권 침해에 대한 문제 제기 가능성도 검토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