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항공기 지연, 사상 최악”

유럽 주요 공항 특히 혼란…유럽 여행시 고려해야

유럽연합(EU) 당국이 올여름 항공기 지연 사태가 역대 최악 수준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급증하는 여행 수요에 비해 관제 인력과 공항 시스템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유럽 전역의 항공편 운영에 큰 혼란이 우려되고 있다.

10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EU 교통 당국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현재 유럽의 항공 교통량이 관제사들의 처리 역량 한계치에 도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럽 공항에서는 하루 최대 3만7000편의 항공편이 운항되고 있으며, 이는 유로컨트롤(유럽 항공 교통 관리 기구)이 관리할 수 있는 최대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프랑스, 독일, 스페인, 그리스 등 주요 국가에서는 항공편 지연이 집중될 것으로 예측됐다. 유로컨트롤은 지난 4월 기준 유럽 내 항공편이 전년 대비 5% 증가했으며, 전체 항공 교통 흐름 지연도 동일 비율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항공 교통 관제사의 절대적 인력 부족은 이번 사태의 핵심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아포스토로스 지치코스타스 EU 교통위원은 “각국 정부는 관제사들에게 약속된 근무 조건을 지키고, 수요가 많은 지역과 시간대에 인력을 배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일부 국가는 훈련 기간이 평균 5년에 달하는 관제사 교육 과정을 단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여기에 프랑스 관제사들의 파업도 지연 사태를 가중시키고 있다. 올해 들어 프랑스에서는 두 차례 관제사 파업이 발생해, 유럽 전역에서 약 4000편의 항공편이 지연되거나 취소됐다. 유로컨트롤은 하루 동안의 파업으로 인해 유럽 항공 산업에 1분당 약 100유로(약 14만원)의 손실이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기후 변화도 변수다. 지난 8일 프랑스 남부 마르세유 공항은 인근 산불로 인해 임시 폐쇄됐으며, 이처럼 극단적인 날씨로 인한 지연 사례가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한 EU 고위 관계자는 “기후 변화는 항공 교통에 중대한 위협이 되고 있으며, 앞으로 훨씬 더 극심한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유럽 부회장 라파엘 슈바르츠만은 “현재의 지연 수준은 용납할 수 없는 상태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가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목표와 현실의 차이가 너무나 크고, 이에 대한 책임 추궁이 없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여름 유럽을 여행할 예정인 승객들은 출발 전 실시간 항공편 정보 확인은 물론, 유연한 일정 계획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조언하고 있다.

영국 런던의 히스로 공항/Author Dilif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