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우크라이나에 “부정부패 더 줄여라” 압박

CNN “부패척결 강화 촉구하는 외교문서 보내…개혁안 목록도 제시”

WSJ “미국 지원 끊기면 내달 정부비용 고갈…대반격 와중 큰 타격”

미국 의회에서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안이 표류 중인 가운데 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부정부패 척결에 더 큰 노력을 기울이라고 압박했다.

CNN방송은 3일 복수의 미국 정부 관리를 인용해 미국 국무부가 최근 우크라이나에 공식 외교문서 데마르슈(demarche·정부가 타국에 전달하는 공식적 입장이나 요구, 항의를 의미)를 보내 이같이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이 문서에 우크라이나가 미국의 직접적인 예산 지원을 받기 위해 다양한 반(反)부패 및 재정 투명화 노력을 계속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내용을 담았다고 해당 사안을 잘 아는 관리 3명이 말했다.

이 사안에 정통한 한 관리는 “우크라이나인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한결같다. 만약 (미국이 지원하는) 자금 중 어느 하나라도 유용된다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모든 원조가 위태로워진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은 이와 별도로 우크라이나가 계속 미국의 재정지원을 받고 유럽연합(EU)의 일원이 되기 위해 추진해야 할 개혁안 목록 초안을 마련해 우크라이나에 자금 지원을 하는 공여국들과 공유했다.

우크라이나 영문매체 ‘우크라인스카 프라우다’가 최초 보도한 이 초안에는 반부패 특수검찰청 강화, 국영기업 감독기구 독립성 제고, 헌법재판소 개혁 등을 포함해 우크라이나가 3개월, 6개월, 1년6개월 등 시기별로 추진할 수 있는 방안이 정리됐다.

미국 의회조사국에 따르면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면전이 시작된 이후 미국 국제개발처(USAID)가 세계은행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직접 예산지원은 230억달러(31조3천억원)에 이른다.

이는 군사원조와는 별개의 것으로, 우크라이나가 자국민들에게 긴급구호·보건의료·교육 등 필수적인 서비스를 계속 제공하도록 돕기 위한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의 전쟁에 필요한 서방의 지원을 받고 EU 가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부패와의 전쟁을 선언했으나 전쟁이 길어지는 와중에 구호물자 배분이나 징병·조달 등 부문에서 각종 비리 사건이 터졌다.

이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시 부패를 국가반역죄로 다스리는 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지난달에는 국방부 장관과 차관 6명 등을 전격 경질해 전쟁 지도부를 물갈이했다.

그럼에도 미국 정계에서는 우크라이나 관리들의 부정부패를 이유로 원조에 엄격한 제한을 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미국 의회가 연방정부의 내년도 예산처리 시한 종료일인 지난달 30일 처리한 임시 예산안에도 공화당이 반대한 240억달러(약 32조6천억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추가지원 예산은 반영되지 않았다. 미국 정부는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안이 승인되면 우크라이나에 최대 33억달러(4조5천억원) 규모의 직접 경제지원을 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의회 승인 지연으로 자금 지원이 끊기면 우크라이나의 정부지출과 공공분야 급여 등에 필요한 비용이 다음달이면 고갈된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재무부는 미국 의회의 예산안 진통이 이어지자 자금지원 지연을 예상하고 이달 필요 예산을 충당할 자원을 안배해 뒀지만, 11월 이후에는 특정 서비스·급여를 삭감하거나 대출을 받아야 할 수도 있다고 우크라이나 정부 관리가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전쟁 발발 이후 국내총생산(GDP)의 30%가 감소한 데다 군사비 지출은 늘고 세수는 줄어든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지원이 중단되면 의료비와 주택보조금 등 각종 정부 비용이 바닥날 뿐만 아니라 공무원 15만명 및 교직원 50만명의 급여도 지급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달 24일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인 미치 매코널 의원에게 전화해 임시 예산안에서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이 빠지면 우크라이나가 대반격 와중에 심각한 경제적·정치적 충격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고 WSJ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