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만 루슈디, 피습 후 첫 인터뷰…”아직도 악몽”

‘악마의 시’ 읽지도 않고 공격했다는 범인에 대해선 “바보나 할 행동”

지난해 무슬림교도의 암살 시도에서 목숨을 건진 영국 작가 살만 루슈디가 피습 후 첫 언론 인터뷰에서 아직도 악몽에 시달린다고 밝혔다.

루슈디는 6일 공개된 잡지 뉴요커와의 인터뷰에서 회복 상태 등 근황과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

루슈디는 “지금은 다소 줄었지만 악몽을 꾸고 있다”라며 “정확히 피습 사건에 대한 꿈은 아니지만 끔찍하게 두려운 악몽”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쪽 눈의 시력을 잃었고, 왼팔의 신경이 손상돼 재활 치료를 받고 있다. 또한 체중이 18kg가량 빠졌고 얼굴에도 큰 흉터가 남았다.

루슈디는 “피습 당시 상황을 감안한다면 지금 아주 나쁜 상태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면서 “큰 상처는 아물었고, 재활 치료도 자주 받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그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글쓰기가 힘들어졌다고 밝혔다.

그는 “앉아서 글을 써도 공허한 잡동사니뿐이라서 다음날 지워버린다”라며 “아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루슈디는 “지금껏 피해자처럼 행동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왔지만, 흉기에 찔린 뒤에는 내 자신에 대해 한탄을 하게 될 때가 있다”라고도 했다.

그는 과거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호메이니가 루슈디에게 사형을 선고하는 ‘파트와'(칙령)를 내린 뒤에도 공개 활동을 하는 데 대해 부정적인 여론이 많았다면서 “죽을뻔하다 살아나니 모든 사람이 나를 사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루슈디는 과거에도 ‘검투사’와 같은 존재가 날카로운 물체로 자신을 공격하는 악몽을 꿔왔다고 소개했다.

그는 뉴욕에서 공격을 당하기 2~3일 전에도 같은 악몽을 꿨지만 뉴욕주의 소도시 셔터쿼에서 열린 강연에 경호원 없이 혼자 참석을 결정했다.

“세상에서 제일 안전한 곳”이란 지인의 말을 듣고 내린 결정이라는 설명이었다.

루슈디는 경호 소홀로 발생한 암살 시도에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 있냐는 질문에 대해선 “공격한 사람의 잘못”이라고 못 박았다.

루슈디에게 흉기를 휘두른 뒤 현장에서 체포된 범인은 레바논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24세의 시아파 무슬림 남성 하디 마타르였다.

마타르는 최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논란이 된 소설 악마의 시를 2페이지만 읽어봤다면서 루슈디를 죽이라는 파트와를 따랐다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루슈디는 “마타르의 바보 같은 인터뷰를 읽어봤다. 바보들이나 할 행동”이라고 말했다.

한편 루슈디는 곧 출간될 신작 소설 ‘빅토리 시티’ 출간과 관련한 홍보 행사에는 참여하지 않지만, 런던에서 무대에 오르는 그의 희곡 ‘헬렌’의 개막식에는 참석하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다.

살만 루슈디 인터뷰 기사/New Yorker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