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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지중해의 빛이 튀니스에서 빛난다

paul 1 month ago 1 minute read 0 comments
투니스의 메디나 쿼터/위키미디어 Author Clement Arbib

혁명 15년 후, 창조의 열기로 다시 태어나는 북아프리카의 숨겨진 도시

런던에서 50달러짜리 항공권. 그 충동적인 선택이 기자의 삶을 바꿨다.

튀니스를 찾은 뉴욕타임스 기자는 한가한 지중해 도시를 기대했다. 하지만 그가 발견한 것은 전혀 달랐다. 중독적인 창조의 리듬, 날것의 에너지, 자의식 없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사람들. 카페를 열고, 의류 라인을 시작하고, 갤러리 전시를 준비하는 이들로 가득한 도시. 그는 이후 여러 차례 다시 그 도시를 찾았다.

튀니스다.

유럽, 북아프리카, 중동이 만나는 지중해의 교차점. 2011년 아랍의 봄을 이끈 혁명의 발원지이자, 지금 이 순간 스스로를 다시 쓰고 있는 도시. 뉴욕타임스가 최근 이 도시의 현재를 집중 조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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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 지중해의 냄새

라 마르사 해안 산책로의 아침 공기는 소금과 디젤 냄새가 섞여 있다. 조깅하는 사람들이 방파제를 따라 달리고, 어부들이 파도 속으로 낚싯줄을 던진다. 지중해 너머로 고대 카르타고의 기둥들이 보인다.

블뢰 델리(Bleue Deli) 카페에 들어서면 노란 타일 위로 햇빛이 쏟아진다. 에스프레소 기계 소리와 함께 튀니지식 납작빵 믈라위의 버터향이 거리에서 흘러든다. 세련된 튀니지 젊은이들이 아랍어와 프랑스어를 섞어가며 수다를 떤다.

2021년 두 여성이 함께 연 이 카페는 신선하고 로컬한 재료만을 고집한다. “튀니지의 농산물은 정말 훌륭해요. 튀기지 않아도 맛있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공동창업자 캐서린 리 존슨의 말이다. 옥상에는 코워킹 스페이스 소시알레(Sociale)가 있다. “커피 한 잔 마시러 왔다가 점심을 먹고, 도시 사람 절반을 만나고 가는 곳”이라고 그는 말한다.

◇ 2000년의 시간을 걷다

튀니스의 시간은 중층적이다.

택시로 10분(5디나르, 약 1700원), 2000년 전 카르타고 유적이 나타난다. 한때 고대 로마와 맞섰던 문명의 수도. 로마 욕장 터, 무너진 원형극장, 들꽃 사이로 솟은 기둥들. 안토니네 욕장(입장료 12디나르)은 방문객도 거의 없고 로프도 없어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다.

15세기 하프시드 왕조의 궁전을 개조한 바르도 박물관(13디나르)은 또 다른 시간 여행이다. 픽셀처럼 정밀한 로마 시대 모자이크들이 천장까지 펼쳐진다. 포에니, 이슬람, 오스만 시대의 유물 앞에서 시간 감각이 흐릿해진다.

◇ 튀니지식 감성, 일본식 정밀함

아츠 디스트릭트의 창고 건물에서 참깨와 캐러멜 양파 냄새가 새어 나온다. 콘비니(Konbini)다. 튀니지 여성 세린 벤 살렘과 베트남계 파트너 찬 보가 운영하는 이 카페는 기묘하게 친숙하면서도 낯설다. 콘크리트 벽에 원색 페인트, 천장에는 디스코볼, 카운터 위에는 오니기리와 직접 발효한 하리사 잔들이 나란히 놓여 있다.

메뉴는 그 만남 자체다. 나베울산 토마토와 로컬 생선이 들어간 벤토 박스, 된장에 조린 채소, 참깨 브리오슈. 한 끼에 약 40디나르(약 1만3000원). 스케이터, 건축가, 엄마들이 아랍어, 영어, 프랑스어를 섞어가며 드나든다.

카페 위층에는 패션 다락방이 있다. 중고 가게에서 건져온 옷들을 해체하고 재조합한 작품들이 걸려 있다. 거북이 닌자 잠옷으로 만든 기모노도 그중 하나다. “펑크와 미학적 시 사이 어딘가”를 추구한다고 찬 보는 말한다.

그 근처, 프리프 밥 엘 팔라(Frippe Bab El Falla) 중고 시장에서는 9디나르(약 3000원)짜리 리넨 셔츠를 건질 수 있다.

◇ 오후의 열기와 하맘

오후가 되면 도시가 잠시 숨을 고른다. 셔터가 내려가고 거리가 비워진다.

표시도 없는 문 뒤에 숨은 동네 하맘(목욕탕)에서 75디나르(약 2만5000원)를 내면 한 시간 동안 때를 밀고, 헹구고, 재스민 오일로 마사지를 받을 수 있다. 나올 때 도시가 다시 새롭게 보인다.

◇ 저녁, 모두가 무언가를 만들고 있다

해가 기울면 도시가 살아난다.

셀마 페리아니 갤러리 오프닝에는 마그레브와 지중해 전역의 개념 미술 작품들이 걸린다. 북아프리카 최초의 개인 현대 미술 갤러리 중 하나로 2013년에 문을 열었다.

카르타고 유적 사이에 자리한 레스탱데시(Les Indécis)에서는 30디나르짜리 레몬 절임을 곁들인 농어와 27디나르짜리 부라타 치즈를 먹으며 옆 테이블의 대화를 엿듣게 된다. 베니스 비엔날레를 논하는 미술 딜러, 튀니스에 필라테스 스튜디오를 열 계획을 짜는 여성, 아티스트 레지던시를 구상하는 사람들. 모두가 무언가를 만들고 있다.

늦은 밤 가마르트 해안의 루프톱 클럽에서는 아랍 팝 음악이 울린다. 민트 모크테일을 손에 들고 바라보면, 카르타고 유적과 첨탑과 클럽의 핑크 네온이 한 화면 안에 겹친다. 고대 도시가 미래와 뒤섞이는 순간이다.

◇ 알아두면 좋은 것들

튀니지는 미국·캐나다 시민권자 단기 방문 시 비자가 필요 없다. 환율이 유리해 여행 비용이 저렴한 편이다. 메디나 안의 다르 벤 가셈(Dar Ben Gacem) 호텔은 하룻밤 360디나르(약 12만원)부터, 가마르트의 해변 호텔 레지던스는 900디나르부터다. 유럽 주요 도시와 직항으로 연결된다.

정치적으로는 카이스 사이에드 대통령의 권위주의적 통치가 강화되는 상황이다. 낙관과 불안이 공존하는 긴장감이 오히려 이 도시의 에너지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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