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민정 변호사 재심 요청에 조지아 항소법원 기존 판결 철회…전 주의원 상대 소송 재개
지역 토착 정치권과 경찰 고위 관계자가 연루된 뺑소니 사망 사건에서 피해자 유족을 대리한 한인 변호사가 조지아주 항소법원의 기존 판결을 뒤집는 이례적인 성과를 거뒀다.
조지아주 항소법원은 15일 한인 구민정 변호사(Min J. Koo)가 대리하는 원고 측의 재심 요청을 받아들여, 전 조지아주 하원의원 오델 ‘트레이’ 켈리 3세를 ‘부당사망 소송’에서 제외했던 기존 판결을 철회했다.
법원은 지난 6월17일 켈리에 대한 소송 기각을 인정했지만 불과 한 달 만에 해당 의견을 취소하고 정반대의 새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켈리를 상대로 한 부당사망 청구와 변호사 비용 청구가 다시 살아나 본안 심리를 받을 수 있게 됐다.
항소법원이 재심 요청을 받아들여 이미 발표한 의견을 철회하고 결론까지 뒤집는 것은 흔치 않은 절차다.
특히 사건 관계자들이 조지아주 시다타운 지역의 전직 주의원과 경찰서장 등 오랜 지역 기반을 가진 유력 인사들이라는 점에서 이번 결정은 더욱 주목된다.
◇ 지역 유력 정치인 상대 소송 되살려
사건은 2019년 9월11일 애틀랜타에서 북서쪽으로 약 60마일 떨어진 시다타운에서 발생했다.
운전자 랄프 도버는 현대 싼타페 차량을 운전하다 자전거를 타던 에릭 키스를 뒤에서 들이받았다. 충격으로 차량 앞 유리와 보닛이 크게 파손됐지만 도버는 멈춰서 911에 신고하거나 피해자를 찾지 않았다.
도버가 가장 먼저 연락한 사람은 당시 조지아주 하원의원이자 공화당 원내총무를 지낸 켈리였다. 켈리는 변호사이자 시다타운 시법원 검사로도 활동했던 지역 유력 정치인이었다.
켈리는 도버를 만나 사고 현장으로 돌아가 도로 옆에 놓인 자전거를 확인했지만 911에는 신고하지 않았다. 대신 자신의 법률회사 선임 변호사와 제이미 뉴섬 당시 시다타운 경찰서장에게 연락했다.
뉴섬 서장 역시 경찰 무전을 통해 즉시 신고하지 않고 특정 경찰관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 켈리와 도버를 만나도록 했다. 이후 출동한 경찰관이 도로 아래 도랑에서 중상을 입은 키스를 발견했지만 키스는 결국 숨졌다.
도버는 이후 사망 사고 현장 이탈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 1심 이어 첫 항소심에서도 막혔던 소송
피해자의 아버지 맨프레드 키스는 구 변호사가 대표로 있는 인피니티 트라이얼 그룹을 통해 도버와 켈리, 뉴섬 등을 상대로 부당사망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1심 법원은 켈리가 사고 차량 운전자가 아니기 때문에 피해자를 구조하거나 사고를 신고할 법적 의무가 없다며 켈리에 대한 청구를 기각했다.
조지아주 항소법원도 지난 6월17일 처음 내놓은 판결에서 같은 결론을 내렸다. 당시 법원은 조지아주법(OCGA §40-6-270)에 따른 사고 신고와 피해자 구조 의무가 운전자에게만 적용된다며 1심의 기각 결정을 유지했다.
법원은 켈리가 도버의 대리인이나 조력자로 행동했더라도 운전자에게 부과된 구조 의무까지 법적으로 넘겨받았다고 볼 수 없다며 유족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구 변호사 측은 이에 굴하지 않고 항소법원이 조지아주의 ‘자발적 의무 인수’ 법리를 잘못 적용했다며 재심을 요청했다. 항소법원은 이 주장을 다시 검토한 끝에 기존 판결을 전면 철회했다.
◇ “사고 처리 맡았다면 법적 책임 가능”
새 판결에서 항소법원은 법률상 사고 신고와 구조 의무가 차량 운전자에게만 부과된다는 점은 그대로 인정했다.
다만 운전자가 아닌 사람도 운전자를 대신해 사고 처리와 신고 책임을 자발적으로 맡았다면, 이를 부주의하게 수행해 제3자에게 피해를 입힌 경우 민사상 책임을 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유족 측 소장에 켈리가 사고 이후 상황을 통제하고 도버를 대신해 사고 처리를 맡았으며, 공식적인 911 신고 대신 비공식적인 연락을 선택해 구조를 지연시켰다는 주장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켈리가 실제로 도버의 의무를 대신 맡았는지, 사고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과실이 있었는지, 그의 행동이 키스의 사망에 영향을 미쳤는지는 증거개시와 본안 심리를 통해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항소법원은 현 단계에서 유족 측이 켈리의 책임을 입증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1심 법원의 소송 기각 결정이 잘못됐다고 판시했다.
◇ 구민정 변호사 “어려운 사건 끝까지 추적”
이번 판결은 켈리의 법적 책임을 최종 확정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소송 초기 단계에서 제외됐던 지역 유력 정치인을 다시 법정에 세우고, 유족 측이 증거를 확보해 본안에서 책임을 물을 기회를 되찾았다는 점에서 중요한 성과다.
특히 지역 정치인과 경찰서장이 연루된 사건에서 유족을 대리한 한인 변호사가 1심 기각과 첫 항소심 패소를 잇달아 극복하고 항소법원의 판결 자체를 번복시켰다는 점에서 사실상 기적에 가까운 법적 반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구 변호사는 애틀랜타 K와의 인터뷰에서 “공직자를 상대로 한 복잡한 소송인 데다 조지아주법상 충분한 보상을 받기 어려워 다른 로펌들이 대부분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사건”이라며 “재정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유가족의 억울함을 풀고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사건을 맡았는데 기적같은 결과가 나와 유가족들이 매우 기뻐하고 있다”고 밝혔다.
추가 상급심 절차가 진행되지 않으면 사건은 폴크카운티 고등법원으로 돌아간다. 원고 측은 앞으로 증거개시를 통해 켈리가 사고 직후 어떤 역할을 했는지와 구조 지연에 미친 영향을 본격적으로 규명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