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스마트폰 대신 미래차에 역량 집중”

5일 이사회 열고 26년 이어온 휴대전화 사업 철수 공식화

‘선택과 집중’ 강조한 구광모 대표 의지 반영…인력 재배치

구광모 ㈜LG 대표(43) 취임 4년 차를 맞은 LG그룹이 26년간 이어오던 휴대전화 사업에서 철수하는 결단을 내렸다.

26년간 이어온 스마트폰 사업을 과감히 포기하고, 미래차 사업에 그룹의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구광모 대표의 강력한 의지가 엿보인다.

LG전자는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고 권봉석 사장, 배두용 부사장, 권영수 부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이사회를 열고 오는 7월31일부로 MC사업부문(휴대폰 사업) 생산 및 판매를 종료하는 내용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스마트폰 사업 철수는 이미 어느 정도 예고되어 온 것으로, LG전자에서 해당 사업을 담당해 온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 사업본부는 2015년 2분기부터 지난해 4분기까지 23분기 연속 적자를 면치 못해왔다. 스마트폰 화면이 말리는 ‘롤러블’ 개발을 추진하는 등 최근까지도 해당 사업에 적잖은 의욕을 보여왔지만, 지난해에도 841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누적 영업적자가 5조원을 넘는다.

LG전자는 이날 공시 직후 보도자료를 내고 “최근 프리미엄 휴대폰 시장에서는 양강체제가 굳어지고 주요 경쟁사들이 보급형 휴대폰 시장을 집중 공략, 가격 경쟁이 더욱 심화하는 가운데 LG전자는 대응 미흡으로 성과를 내지 못해왔다”고 설명했다.

LG는 스마트폰 사업에서 철수하는 대신 전기차, 자율주행 등으로 대표되는 미래차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날 LG전자는 “질적 성장에 기반한 사업 다각화와 신사업의 빠른 확대로 사업의 기본 체질도 개선하겠다”며 “특히 다가오는 전기차, 자율주행차 시대를 맞아 자동차 부품 관련 사업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LG전자는 오는 7월 자동차 부품 업체 마그나 인터내셔널(Magna International Inc.)과 전기차 파워트레인(동력전달장치) 분야 합작법인인 LG마그나인터내셔널을 출범시킬 예정이다. 또 2018년에는 오스트리아의 차량용 프리미엄 헤드램프 기업인 ZKW를 인수하는 등 미래차 사업을 착실히 준비해왔다.

특히 이번 스마트폰 사업 철수는 ‘선택과 집중’을 강조해 온 구광모 ㈜LG 대표의 결단이 배경에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구 대표는 올해 1월에 있었던 ㈜LG 임원회의에서 “미래 성장을 위한 과감한 도전을 하자”고 주문한 바 있다. 지난달 26일 ㈜LG 정기주총에서는 “주력사업은 지속성 있는 고객 기반을 쌓아 기업 가치를 높이는 질적 성장에 집중하고, 성장사업은 핵심 경쟁력을 조기에 확보해 성과를 가시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재계에서는 1978년생으로 만 40세의 나이에 총수에 오른 구 회장이 그간 LG의 사업현황을 면밀히 파악하고 나아갈 방향을 고민해 왔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구 회장은 2018년 ㈜LG 대표 취임 후 첫 인사에서 당시 홍범식 베인&컴퍼티 대표를 경영전략팀장(사장)으로 영입하는 등 미래 먹거리 발굴을 함께할 경영진 구성에도 힘써왔다.

LG가 1995년부터 사업을 시작, 한때 글로벌 시장 점유율 3위까지 오른 바 있는 휴대전화 사업을 이번에 과감하게 접은 것은 미래 사업에 하루라도 빨리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구 대표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LG의 스마트폰 사업 철수를 두고는 생산부문과 연구개발 부문을 분할해 매각하는 방안이 유력하다는 보도도 있었으나, 매각 협상에 큰 진전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베트남, 브라질, 중국에 산재해 있는 해외 스마트폰 생산시설에는 베트남 빈그룹이, 특허와 같은 지식재산권에는 폭스바겐, 구글, 페이스북 등이 인수거론자로 거론됐지만 실제 협상이 이뤄졌는지와 진척이 있었는지 등은 명확하게 알려진 바 없다.

LG전자는 적절한 인수자를 찾지 못할 바에는 활용가치가 상당히 높다고 판단되는 연구개발 인력을 LG에너지솔루션, LG마그나 등 미래차 관련 사업에 배치하고, 생산시설은 최근 호황을 누리고 있는 TV나 가전으로 전환하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LG화학에서 분사한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 배터리 생산 기업으로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폭발적 성장에 발맞춰 투자를 확대해나가고 있는 기업이다. 오는 7월 공식 출범하는 LG마그나는 전기차의 핵심 구동장치인 모터를 주로 생산하는 기업으로 LG가 전기차 시대에 발맞춰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두 기업 모두 대규모 생산체제를 경험해 본 양질의 인력수급이 관건으로 LG그룹은 LG전자 MC본부에서 천만대 단위 생산을 기획하고 이를 실행에 옮긴 경험과 노하우의 활용가치가 매우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LG전자는 이미 1000여명을 LG마그나로 이동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구광모 대표 취임 이후 LG전자가 그 어느 기업보다 목표 설정을 명확히 하고 빠른 의사 결정을 내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해 LG마그나 출범 이후 이번 스마트폰 철수 결정은 재계를 놀라게 할 만한 또 하나의 ‘빅뉴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