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들 “이민법 상 보장된 I-485(신분조정) 흔드는 조치”…신청자들은 출국·철회 전 반드시 상담해야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내 체류 외국인의 영주권 신청 절차를 해외 영사관 중심으로 돌리겠다는 새 방침을 발표하면서 한인 이민 신청자들의 문의와 불안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민 전문가들은 이번 발표가 곧바로 I-485(신분조정) 제도 폐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며, 이미 신청 중이거나 신청을 준비하는 한인들이 지나치게 불안해하거나 성급하게 출국·철회 결정을 내려서는 안 된다고 조언하고 있다.
연방 이민국(USCIS)은 지난 22일 발표한 새 정책 메모를 통해 미국에 임시 체류 중인 외국인이 영주권을 받으려면 원칙적으로 미국 밖의 영사 절차를 이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USCIS는 학생비자, 취업비자, 관광비자 등 비이민 신분으로 미국에 온 사람들의 체류가 영주권 절차의 첫 단계처럼 운영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 I-485는 무엇인가?
I-485는 정식 명칭이 ‘Application to Register Permanent Residence or Adjust Status’인 영주권 신청서다. 쉽게 말해 미국에 이미 들어와 있는 사람이 일정 요건을 갖췄을 경우 미국을 떠나지 않고 체류 신분을 영주권자로 바꾸기 위해 제출하는 서류다.
이 절차는 흔히 ‘신분조정’으로 불리며 I-485가 이민국에서 승인되면 다음 단계가 영주권(그린카드) 발급이기 때문에 미국 이민의 마지막 단계로 불린다.
가족초청, 취업이민, 시민권자 배우자, 일부 난민·망명자, 특별이민자 등 많은 신청자들이 이 제도를 통해 미국 안에서 영주권 절차를 진행해 왔다.
예를 들어 미국 시민권자와 결혼한 배우자, H-1B 등 취업비자로 일하던 전문직 종사자, 학생비자로 체류하다 취업이민 절차에 들어간 신청자 등이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미국 내에서 I-485를 접수할 수 있었다.
이후 인터뷰와 신원조회, 노동허가, 여행허가 절차를 미국을 떠나지 않고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I-485 제도의 법적 근거는 이민국적법 INA 245, 즉 연방법 8조 1225항(U.S.C. §1255)이다.
해당 조항은 미국에서 ‘검사받고 입국했거나 가석방된(inspected and admitted or paroled)’ 외국인이 영주비자 자격, 입국 가능성, 비자 문호 등 요건을 갖춘 경우 법무장관의 재량과 규정에 따라 영주권자로 신분조정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USCIS 방침은 단순한 행정 지침을 넘어, 의회가 법으로 마련한 신분조정 제도를 행정부가 사실상 예외적 구제로 축소하려는 시도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 변호사들 “위법 소송 예고된 사안” 지적
애틀랜타에 기반을 둔 이민 전문 위자현 변호사는 “이번 정책 메모는 법에 보장된 I-485 신분조정 제도를 행정해석으로 크게 제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소송이 예고된 사안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위 변호사는 “I-485는 수십 년 동안 미국 내 합법 체류자들이 영주권을 받는 핵심 통로였고, 법 조문에도 근거가 있다”며 “이민국이 이를 ‘특별한 경우에만 허용되는 예외적 구제’처럼 해석한다면 행정절차법 위반, 법률 위임 범위 초과, 자의적 행정조치라는 주장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번 방침이 실제 소송으로 이어질 경우 쟁점은 크게 세 가지로 예상된다.
첫째, USCIS가 정책 메모만으로 사실상 새로운 규칙을 만든 것이 적법한지다. 둘째, I-485를 허용한 이민법 조항을 행정부가 지나치게 좁게 해석했는지다. 셋째, 이미 접수됐거나 진행 중인 신청자에게까지 새 기준을 적용할 수 있는지다.
특히 이미 I-485를 접수해 노동허가증이나 여행허가증을 기다리는 신청자, 인터뷰를 앞둔 신청자, 가족초청이나 취업이민 우선일자가 열린 신청자들은 새 지침이 본인 케이스에 적용되는지 불분명한 상황이다.
한인사회에 미칠 영향도 적지 않다. 한인 신청자 가운데는 미국 시민권자 배우자로 영주권을 신청하는 경우, 취업비자에서 취업이민으로 넘어가는 경우, 종교비자 체류 중 영주권을 진행하는 경우, 유학생 신분에서 취업 또는 가족초청 이민으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이 해외 영사 절차로 전환될 경우 한국에 돌아가 미국대사관 인터뷰를 기다려야 할 수 있고, 그동안 미국 내 직장, 사업체, 자녀 학교, 주택 계약, 건강보험 등 생활 기반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일부 국가의 경우 영사 인터뷰 대기 기간이 1년을 넘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지금 필요한 것은 공포가 아니라 점검
다만 한인 신청자들이 지금 단계에서 과도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이번 정책은 발표 직후부터 이민 변호사들과 인권단체, 기업 이민업계의 강한 반발을 받고 있으며, 실제 시행 전후로 가처분 신청과 본안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
위 변호사는 “현재로서는 I-485가 폐지됐다고 볼 수 없고, 모든 신청자가 즉시 미국을 떠나야 한다고 해석해서도 안 된다”며 “가장 위험한 것은 불안감 때문에 임의로 출국하거나, 접수된 신청을 철회하거나, 변호사 상담 없이 전략을 바꾸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청자의 체류 신분, 입국 방식, 가족관계, 취업이민 단계, 우선일자, 계류 중인 I-485 여부에 따라 대응이 달라진다”며 “한인 신청자들은 본인 케이스가 실제로 영향을 받는지 먼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방침은 트럼프 행정부가 불법이민 단속을 넘어 합법이민 절차까지 강화하는 흐름 속에서 나온 조치다. 그러나 법적으로 I-485 제도가 곧바로 사라진 것은 아니며, 새 지침의 시행 시점과 적용 범위도 아직 분명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결국 한인 이민 신청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공포가 아니라 현재 상태에 대한 점검이라는 것이 이민 전문 변호사들의 조언이다.
현재 체류 신분이 유효한지, I-485가 이미 접수됐는지, 해외여행 계획이 있는지, 영주권 인터뷰 단계가 어디인지, 노동허가와 여행허가를 기다리고 있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