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건강] ‘진통제 대명사’ 아스피린의 신화 무너지나

미국 보건 당국 2016년의 50~69세 복용 권고 뒤집어

“복용 부작용 이득보다 커”…100년 이어온 위상 ‘흔들’

미국 질병예방서비스태스크포스(USPSTF, 이하 TF)가 지난주 ‘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한 아스피린 사용’ 권고안 초안을 발표했다. 심혈관병 예방을 위해 이뤄지던 저용량 아스피린 복용 나이를 제한해 기존에 예방차원에서 이를 먹던 60세 이상 연령층이 당장 영향을 받게 될 전망이다.

외신들에 따르면 TF는 60세 이상 고령자이고 심장병 전력이 없는 경우 아스피린 매일 복용을 권고하지 않기로 했다. 복용에 따른 부작용이 이득보다 더 크다는 새 연구 결과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이미 전에 심장발작을 겪은 적이 있어 복용하는 이들은 이 연령대라도 주치의 권고에 따라 계속 아스피린을 먹을 수 있다. 심장병 전력은 없지만 그 위험이 높은 40~59세 연령대의 경우 개인 상황에 따라 주치의와 복용 여부를 상의하도록 권고했다.

TF는 질병 예방과 증거에 입각한 약물 사용을 위해 만들어진 미 보건복지부(HHS) 산하 기구로, 전국 의료 전문가들이 독립적·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런데 TF는 불과 5년전인 2016년에 50대와 60대 성인에게 최소 10년간 저용량 아스피린 복용을 권하는 내용의 권고서를 채택했다. 당시는 대장암 예방을 위해서도 아스피린 섭취를 권고했는데 이번에는 이 예방 효과에 의문이 드는 결과들이 나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간 아스피린의 효과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TF와 달리 미국 심장병학회(ACC)나 미국 심장협회(AHA)같은 의학 단체들은 심장병과 뇌졸중에 대한 예방 수단으로 저용량 아스피린을 사용하는 것을 제한할 것을 권고했다. 미 식품의약국(FDA)은 2014년 심장마비나 뇌졸중을 경험한 적이 없는 이들이 예방차원에서 아스피린을 섭취해서는 안된다고 결론내린 바 있다.

이들은 아스피린이 동맥을 막을 수 있는 혈전의 형성을 억제하지만 규칙적인 섭취가 소화관과 뇌 등에서 출혈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이 위험은 나이가 들수록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TF는 다음달 8일까지 초안에 대한 외부 의견을 받은 후 최종안을 채택할 계획이다.

아스피린만큼 신화에 둘러싸인 약은 흔하지 않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버드나무를 강장제나 진통제로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는데 이 안에는 아스피린 속 주요 성분인 살리실산이 들어 있다.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 등은 버드나무 껍질로부터 추출한 즙의 활성 성분인 살리실산에 진통 효과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고 그후 살리실산은 주요 민간 요법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극심한 위장장애는 이 성분의 큰 단점이었다.

그후 1890년 독일의 작은 제약사인 바이엘사에 입사한 청년 화학자인 펠릭스 호프만은 살리실산은 아세틸화한 아세틸 살리실산으로 만들면서 위장 장애가 덜한 아스피린을 만들어냈다. 아스피린은 인체 작용 기전이 밝혀지지는 않은 채 70년간 사용되다가 1971년 영국의 약리학자 존 베인 교수가 항염 효능 기제를 과학적으로 풀어냈다.

아스피린은 감기나 통증에 쓰이는 가정 상비약으로 쓰이다 1970년대 초 혈소판 응집 차단 효과가 밝혀지면서 심혈관 질환 예방 효과가 주목받았다. 한 사회학자가 독일의 3대 발명품으로 폭스바겐 승용차, 로켓, 아스피린을 꼽을만큼 신화에 둘러싸인 아스피린이지만 TF의 지침이 최종적으로 채택될 경우 입지가 크게 좁혀질 것으로 전망된다.

저용량 아스피린 [온라인 의약도서관 캡처=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