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최후의 항생제마저 무력화시킨 NDM 감염 4.6배 늘어
미국에서 항생제가 듣지 않는 ‘악몽의 박테리아(nightmare bacteria)’ 감염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방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이 감염이 “심각한 공중보건 위협”이라며 경고했다.
24일 공개된 CDC 보고서에 따르면 카바페넴계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박테리아 감염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70% 증가했다. 특히 NDM(New Delhi metallo-beta-lactamase) 유전자를 가진 세균의 감염률은 5배 이상(460%) 급증한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미국 29개 주의 병원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성됐다. 이 지역들에서는 총 4341건의 카바페넴 내성 감염 사례가 확인됐으며, 그중 1831건은 NDM 박테리아에 의한 감염이었다.
CDC 측은 “NDM 감염은 치료 가능한 약이 단 두 가지뿐이며, 비용도 비싸고 정맥 주사(IV)로만 투여 가능하다”고 경고했다.
NDM 박테리아는 흔히 ‘항생제 최후의 보루’로 알려진 카바페넴 항생제에까지 내성을 가진 슈퍼박테리아다. 감염되면 폐렴, 요로감염, 패혈증 등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으로 진행될 수 있다.
CDC의 데이비드 와이스(에모리대 감염병 연구자)는 “NDM의 확산은 중대한 위협”이라며 “감염자의 5분의 1이 사망하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NDM 유전자는 2010년대 초까지만 해도 해외 의료시설 이용자들 사이에서만 일부 발견됐으나, 최근 들어 미국 전역에서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다.
CDC는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뉴욕, 텍사스 등 미국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주들의 데이터는 이번 보고서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NDM 검출에 필요한 유전자 검사 능력이 부족한 병원이 많아 실제 감염 규모는 더 클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보고서 공동 저자인 CDC의 마로야 월터스 박사는 “NDM 감염자 중 상당수는 자각하지 못한 채 지역사회 내에서 균을 퍼뜨릴 수 있다”며 “일상적인 요로감염조차 치료가 어려운 시대가 도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NDM 감염 급증의 배경으로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의 항생제 남용이 지목되고 있다. 워싱턴대 감염병 연구자 제이슨 번햄 박사는 “팬데믹 동안 항생제 사용이 폭증했다. 이로 인해 내성균이 더 강해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NDM 박테리아가 병원 내 감염을 넘어 지역사회로 퍼질 경우, 일상적인 감염도 치료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항생제 오·남용에 따른 ‘포스트 항생제 시대’의 도래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경고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