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예능 방송팀에 화난 미국 집주인들

캘리포니아 OC 더스틴-어바인시 주민들 SBS 미국-한국 동시 고소

‘집사부일체’ 사유지서 무단촬영 혐의…주민들 경찰신고만 23차례

주민 120명 방통위에 “불법촬영 막아 국가 이미지 지키라” 탄원서

한국 SBS의 간판 예능프로그램 ‘집사부일체’가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의 터스틴과 어바인시 주민들과 법적 분쟁에 휩싸였다고 KBS 뉴스가 보도했다. KBS 뉴스 보도링크

이 지역 주민 11가구는 SBS와 집사부일체 출연·제작진을 지난 3일 한국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민들은 SBS 측이 촬영을 하며 사기와 사유지 침입, 도로교통법 위반 등의 범죄행위를 저질러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민들은 또한 캘리포니아주 법원에 150만달러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도 낼 계획이다. 주민측 변호인은 “현재 소송참여 의사를 밝히는 주민이 늘고 있다”면서 “징벌적(punitive) 손해배상까지 적용되면 배상 액수가 천문학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의 발단은 SBS 집사부일체 촬영팀이 2018년 8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터스틴과 어바인 지역에서 촬영을 진행한 것이다. 터스틴과 어바인은 거주하는 주민들이 주주처럼 참여해 시정을 이끌어나가는 주식회사 개념의 도시로 도시 전체가 거대한 사유지나 마찬가지다.

특히 주민들의 자치 규약에 따라 커뮤니티 시설은 주거시설(residence) 외에는 상업적 용도로 임대하거나 사용할 수 없으며 이를 어길 경우 처벌을 받게 된다. 터스틴시의 커뮤니티 시설들은 정부자산이 아니라 주민들의 공동 사유지 개념이어서 SBS의 상업적 촬영 자체가 불법이라는 주장이다.

물론 방송 촬영은 주민 ‘주식회사’의 최고 의결기관인 시 이사회에서 허가할 수 있지만 이사회 측은 촬영허가를 내린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집사부일체 출연진들은 대표적인 사유시설인 커뮤니티 수영장에서 수영과 게임 등을 진행했고 이 장면은 아직도 방송 다시 보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SBS측은 이 수영장을 돈을 주고 임대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주민들은 “경찰이나 이사회의 허가없이 사유지에 들어간 것”이라고 특수 주거침입에 해당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번 사건의 한국 내 소송에서 주민들을 대표하는 이지영 변호사는 K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인들이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프라이버시”라면서 “그 공간에 누군가 불법적으로 들어왔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무엇보다 SBS가 당시 촬영이 불법인 점을 잘 알고 있었고 주민들이 불만 신고가 23차례에 달했다는 점도 증거로 들고 있다. 주민들은 “경찰이 여러차례 출동해 무허가 촬영을 하는 제작진에게 의심스러운 활동을 중단하라고 경고했지만 경찰이 돌아가면 다시 몰래 촬영을 했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이 제출한 소장에는 제작진이 경찰과 주민들에게 “우리는 관광객으로 파티를 하고 있을 뿐”이라고 거짓말을 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와 관련 여행 에이전시측은 “제작진에게 도둑 촬영의 불법성을 알렸지만 SBS가 여러차례 ‘우리가 책임진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한편 이에 대해 SBS 측은 ‘허위 주장’이라고 맞서고 있다. SBS측 변호사는 “당시 현지 에이전시를 통해 사전에 촬영 허가를 받았고, 비용도 모두 납부하는 등 관련 절차를 준수했다”고 밝혔다. 주민들의 주장과는 달리 커뮤니티 시설이 아닌 자체적으로 빌린 클럽하우스에서 촬영을 진행했고, 방송된 수영장도 해당 클럽하우스의 시설이라는 주장이다.

SBS의 반응에 현지 주민들은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허가 없이 촬영된 인물과 개인 주택 모습을 아직도 방송 다시보기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지영 변호사는 “주민들이 2년 동안 SBS로부터 사과 한마디 받지 못했고, 오히려 SBS측이 ‘허위사실 유포’를 내세우며 주민들을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더스틴과 어바인 주민들을 소송과는 별도로 한국 방송통신위원회에 120여 명의 서명이 담긴 탄원서를 제출했다. 탄원의 내용은 “첫째, 한국의 방송사가 외국에서 불법으로 촬영하는 것을 금하는 법을 만들어 해외 불법 촬영으로 국가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법적 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달라는 것”과 ‘두번째, 그동안 SBS가 어떠한 사과와 협의도 없었다며 SBS가 사과하고 반성할 수 있게 중재해달라”는 요구이다.

터스틴 주민들이 찍은 집사부일체 제작진 촬영 장면 사진/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