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받던 소년, 웨이트리스 기지로 구출

의붓아버지, 식당서 음식 주문 못하게 해 의심

얼굴, 팔에서 멍 발견…쪽지에 “도움 필요하니?”

소년 고개 끄덕여 …의붓아버지-친모 긴급 체포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한 식당 웨이트리스가 순간적인 기지를 발휘해 가정에서 학대를 받던 소년을 구출해 화제가 되고 있다.

14일 지역 방송인 WFTV에 따르면 지난 주말 올랜도 식당 미세스 포테이토(Mrs. Potato)에서 근무하던 웨이트리스 플라베인 카발로(Flavaine Carvalho)는 부모와 함께 식당을 찾은 11세 소년이 음식을 주문하지 않자 뭔가 수상한 생각이 들었다.

카발로씨가 적은 “도움이 필요하니?”사인./twitter

 

카발로씨는 “엄마로서 식당에 가서 자녀의 음식을 주문하지 않는 것이 아무래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소년을 관찰하던 카발로씨는 소년의 얼굴과 팔을 살펴보고 순간적으로 상황을 짐작하게 됐다. 안경과 마스크를 쓰고 있던 소년의 눈썹 사이에는 큰 상처가 있었고 팔에는 시퍼런 멍이 들어있었기 때문.

카발로씨는 종이에 “너 괜찮니(Are you OK?”라고 써서 소년은 볼 수 있지만 소년의 부모에게는 보이지 않는 쪽 부스로 이동해 소년에게 종이를 들어 보였다. 소년은 부모 몰래 고개를 가로저으며 자신의 뜻을 전했다.

카발로씨는 “소년이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카발로씨는 곧 다른 종이에 “도움이 필요하니?(Do you need help?)?라고 써서 소년에게 보여줬다. 소년은 잠시 주저한뒤 고개를 끄덕였다.

곧바로 카발로씨는 식당 주인에게 전화를 걸어 조언을 구했고, 주인의 조언에 따라 경찰에 신고를 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식탁에서 소년의 양부인 티모시 윌슨(Timothy Wilson II, 34)을 3급 아동학대 혐의로 체포했다.

소년을 구한 플라베인 카발로씨/WFTV 캡처

 

경찰관들과의 인터뷰에서 소년은 “의붓아버지가 주먹과 빗자루, 등긁개(Back scratcher) 등으로 마구 때렸다”면서 “때로는 문틀에 발목을 묶어 거꾸로 매달아 벌을 줬고 가구를 옮기는 데 쓰는 돌리(dolly)에 묶어 놓기도 했다”고 진술했다. 특히 벌을 준다며 음식을 주지 않는 경우가 많아 소년은 또래보다 20파운드나 체중이 덜 나갔다.

경찰관이 학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소매를 걷어보라고 하자 소년은 고통에 얼굴을 찡그렸으며 확인 결과 온몸에 멍이 들어있어 조사관을 놀라게 했다. 올랜도 경찰서의 올랜도 롤론 서장은 “만약 그녀가 개입하지 않았다면 살인 사건으로 이어질뻔한 심각한 상황이었다”고 학대의 심각성을 설명했다.

사건을 담당한 에린 롤러 경관은 “솔직히 말하자면 이 소년은 각종 고문을 겪어야 했다”면서 “엄마로서 이 11세 소년의 상태를 본 후 영혼에 상처를 받을 정도였다”고 고개를 저었다.

경찰은 조사를 마친 뒤 윌슨을 여러 건의 가중 아동학대와 아동 방치 혐의로 다시 체포했다. 경찰은 친모인 크리스틴 스완을 조사한 뒤 그녀도 학대상황을 알고 있었으며 소년에게 의료적 도움을 전혀 제공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하고 2건의 아동방치 혐의로 체포했다.

경찰은 이들의 집에서 소년 외에 동생인 4세 소녀도 구출했으며 다행히 소녀는 신체적 학대는 당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식당 업주인 라파엘라 카베드씨는 “카발로는 사실 근무하는 날이 아니었는데 다른 웨이트리스가 갑자기 결근해 대타로 식당에 나왔다”면서 “다행히 당시 식당에 다른 손님이 없어 소년의 부모 몰래 구출 사인을 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체포된 티모시 윌슨과 크리스틴 스완/Orlando Police Depart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