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피 중인 의원에 ‘선거 뒤집기’ 주문

의회 난입 긴박한 상황속 앨라배마 튜버빌 상원의원에 전화

“결과 인증 못하게 시간 끌어라” 주문…줄리아니, 재차 독촉

공화 벤 새서 상원의원 “트럼프, 의회 난입에 기뻐 흥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6일 사상 초유의 연방 의사당 난입사건의 와중에도 대선 결과 뒤집기를 위해 폭도들을 피해 대피중인 자신의 심복 의원에게 전화를 건 사실이 밝혀졌다.

8일 CNN에 따르면 공화당 마이크 리 상원의원(유타)은 폭도들의 난입으로 의회 경찰이 발포하는 등 긴박한 상황이 펼쳐지던 6일 오후 2시경 트럼프가 자신의 휴대폰으로 걸어온 전화를 받았다. 트럼프는 자신이 지지해 당선시킨 ‘심복’ 토미 튜버빌 상원의원(앨라배마)인줄 알고 전화를 걸었으며 리 의원은 대피하고 있던 튜버빌에게 전화를 건네줬다.

리 의원의 대변인은 CNN에 “대통령이 리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을 소개했으며 이 전화번호가 튜버빌 의원 것 아니냐고 물어왔다”면서 “리 의원은 전화를 튜버빌 의원에게 건네줬고 튜버빌 의원은 대통령과 10분 정도 통화한뒤 다시 전화를 돌려줬다”고 밝혔다.

공화당 관계자에 따르면 트럼프는 튜버빌에게 “최대한 시간을 끌어 바이든의 당선 인증을 봉쇄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의회 경찰이 더 안전한 곳으로 의원들을 이동시키는 상황이 펼쳐져 튜버빌은 트럼프와의 전화를 끊어야 했다.

마이크 리 의원 오피스에 따르면 폭도들을 모두 정리한 뒤 바이든 대통령 당선을 인증하기 위해 회의 속개를 준비하던 오후 7시경 다시 트럼프의 변호사인 루디 줄리아니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리 의원은 전화를 받지 않았고, 역시 이 전화가 튜버빌 것으로 알고 있던 줄리아니는 “튜버빌 상원의원? 아니면 튜버빌 코치라고 불러야 하나?. 나 줄리아니 입니다”라고 시작하는 음성 메시지를 남겼다. 튜버빌은 앨라배마 어번대학교 풋볼팀 감독 출신이다.

줄리아니는 이어 “내가 전화한 이유는 그들이 이 인증을 얼마나 서두르는지, 또한 우리가 얼마나 당신을 필요로 하는지 알려주기 위한 것”이라며 “우리 공화당 친구들은 최대한 이 과정을 늦춰야 하며 입법부가 당신에게 최대한 정보를 많이 줄 수 있도록 해달라”고 노골적으로 인증 지연을 요구했다.

줄리아니는 “그들이 오늘 8시에 회의를 속개하는 것을 알고 있지만 우리의 전략은 최대한 많은 주의 선거결과 인증을 반대하고 문제점을 제기해 내일까지 시간을 끄는 것”이라고 말했다.

CNN은 “튜버빌 의원 오피스에 코멘트를 요청했지만 아직 응답을 듣지 못했다”면서 “튜버빌은 이같은 음성 메시지가 남겨진지 몰랐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한편 공화당 소속의 벤 새서 상원의원(네브라스카)은 보수 정치평론가 휴 휴윗과의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백악관 측근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지지자들이 의사당에 난입했다는 소식을 듣고 매우 즐거워하고, 심지어 흥분했다(delighted and excited)”고 전한 뒤 “백악관 고위 관계자들에게 물어보면 금방 확인될 것”이라고 말했다.

의회 전문매체 더 힐은 “내란에 버금가는 역사상 초유의 의회 난입사태로 5명이 사망하는 와중에도 트럼프와 줄리아니는 대선결과 뒤집기에만 정신이 팔려 있었다”고 지적했다.

공화당 튜버빌 상원의원(자료사진) [로이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