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격 희생 박순정씨, ‘쥴리’로 불렸던 이유는?

“뉴욕서 쥬얼리 사업하다 실패…10년전 애틀랜타 이주

용의자 손님으로 알고 안내하다 박현정씨와 함께 피격”

지난 16일 발생한 아시아계 타깃 연쇄 총격 사건으로 인해 희생된 4명의 한인 여성 가운데 유일하게 신상 정보가 밝혀져지 않았던 최고령자 박순정(Soon C. Park, 74)씨의 생전 삶이 조금씩 공개되고 있다.

우선 박씨는 10년전 뉴욕에서 애틀랜타로 이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애틀랜타 공항에 도착한 박씨에게 한인타운까지 라이드를 제공하면서 인연을 맺은 한인 K씨는 기자에게 “박씨는 뉴욕에 딸과 사위가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동료들 사이에서 ‘쥴리’로 불렸다. 그래서 사건 직후 피해자 명단에도 ‘쥴리 박’으로 알려졌었다. K씨는 “뉴욕에서 쥬얼리 비즈니스를 크게 하다 내려왔다고 말하곤 했다”면서 “그래서 동료들이 쥬얼리 박, 쥬얼리 박 하고 우스갯소리 처럼 부르던 이름이 쥴리 박이 됐다”고 전했다.

박씨는 K씨와 몇년간 소식이 끊겼지만 지난 1월 골드스파를 찾은 K씨와 다시 만났다. 박씨는 K씨에게 “코로나가 터지기 전에 (골드스파에서) 일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한편 뉴욕시 교외지역인 뉴저지주 린드허스트에 거주하는 박순정씨의 사위 스캇 이씨는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장모님은 매우 건강했으며 모두가 100살 이상 장수할 것이라고 했다”면서 “젊은 시절 무용수였던 장모님과 함께 춤을 추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장모님이 지난해 6월 애틀랜타 아파트 렌트계약이 끝난다며 뉴욕으로 돌아올 예정이라고 말했다”면서 “돌아오면 우리 집에서 함께 살기로 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기회를 놓쳤다”고 안타까워했다.

한편 이씨는 본보에 전화를 걸어와 “장모님의 장례는 곧 뉴욕에서 치르기로 했으며 우리는 재정적인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면서 “고인과 유가족들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해줬으면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K씨가 주변 업소 여종업원들의 연락망을 통해 확인한 내용에 따르면 골드스파에 침입한 용의자 로버트 애런 롱(21)은 매우 계획적이고 치밀한 방법으로 살인 행각을 벌였다.

K씨는 이 내용을 전하며 “당시 골드스파 총격에서 생존한 한인 여성에게 직접 들은 것은 아니며 그녀가 주변 업소 동료들에게 전한 내용을 취합한 것”이라고 단서를 붙였다. 하지만 본보는 사건 4일이 지나도록 경찰의 수사결과가 거의 발표되지 않는 상황을 고려해 당시 상황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한 차원에서 K씨가 전한 내용을 소개하기로 했다.

피해자 박현정씨(51)의 장남인 박상천씨(영어명 랜디 박, 23)에 따르면 당시 골드스파 총격에서 유일하게 생존한 한인 여성은 어머니 박씨와 친한 동료였으며, 바로 그녀의 딸이 박상천씨 형제에게 어머니 박씨의 사망소식을 전했다. 박씨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그 ‘이모'(생존 여성)는 지금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모르는 사람들과 말하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었다.

K씨에 따르면 롱은 손님으로 가장해 가게에 들어왔으며 손님을 맞는 일을 맡았던 박순정씨와 박씨가 불러서 직원 휴게실에서 나왔던 박현정씨에게 주머니에 숨기고 들어간 9mm 반자동권총으로 총격을 가했고, 정문 출입구 바로 왼쪽에 붙어있는 부엌에서 일을 하다 총소리에 놀라 당황해하던 김순자씨(69)에게도 총격을 가해 숨지게 했다.

롱은 생존 여성도 해치려고 했지만 오발 등의 이유로 실패하고 가게를 빠져나것 것으로 알려졌다. K씨는 “구체적인 범행 계획이 없었으면 첫 범행이 일어난 체로키카운티에서 골드스파까지 퇴근시간 대에 1시간 만에 오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무방비 상태에 있던 박순정씨와 박현정씨는 머리를 겨냥해 총격을 가하고, 당황해 대피하려던 김순자씨에게는 가슴에 총격을 가한 것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잔인한 범행수법으로 인해 가중 처벌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이와 관련, 용의자 롱의 소셜미디어 등에 따르면 그는 청소년기부터 사냥을 즐긴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김순자씨는 주중에 나와서 가게를 관리하는 일을 맡고 있었으며 골드스파 업주(61)는 주말에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골드스파 내부는 건물 앞쪽 정문으로 들어갈 경우 입구 복도를 지나 T자형 복도가 나오며 이 복도에 안내 데스크, 직원 휴게실, 서비스 룸 등이 갖춰져 있다. K씨는 “일부 손님은 건물 뒤편에 주차하고 후문으로 들어오는 경우도 많으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후문 쪽은 잠그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K씨는 사건 직후 경찰관들이 인근 한인 마사지 업소를 돌며 백인 남성이 아시아계를 노리고 총격을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는 내용과 관련해 “2곳 이상의 업소 관계자들로부터 확인한 내용이기 때문에 경찰이 증언을 하라고 하면 할 용의도 있다”고 말했다.

이상연 대표기자

골드스파/Atlanta K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