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탕 된 SM 인수전…”이수만 역외탈세” 의혹 제기

이수만 처조카 ‘선생님’ 칭호 떼고 반격…카카오 공개매수 여부 주목

K팝 대표 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이 그룹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하이브와 SM·카카오·얼라인 간의 힘겨루기에서 폭로전을 동반한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이성수 SM엔터테인먼트 대표는 하이브가 SM 새 경영진 인선안과 지배구조 개선안을 공개한 날에 맞춰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를 겨냥한 폭로 영상을 게재했다.

가요계에서는 양측 모두 소액 주주의 협조가 꼭 필요한 만큼 인수 당위성을 설파하는 여론전이 한동안 이어지리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성수 SM엔터테인먼트 대표
이성수 SM엔터테인먼트 대표 [SM엔터테인먼트]

◇ 하이브, SM 새 판 공개된 날…’처조카’ SM 대표는 이수만 ‘폭로’

그동안 하마평에 올랐던 SM 출신 민희진 어도어 대표같은 음악인과 창작자는 없었고, 변호사·회계사·게임 업계 경력 등이 눈에 띄는 인사를 추천했다. 조직에 활기를 불어넣고 SM의 고유 색깔을 존중한다는 취지라는 게 하이브의 설명이다.

이와 동시에 하이브는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고 배임·횡령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은 이사가 될 수 없게 하는 등의 지배구조 개선안도 내놨다.

그러나 하이브가 구상한 ‘SM 새판짜기’는 이성수 현 SM 대표가 비슷한 시각 유튜브를 통해 이수만을 향한 폭로전을 개시하면서 빛이 바랬다.

이 대표는 ▲ 역외탈세 의혹 ▲ ‘나무심기’ 관련 가사 요구 ▲ 에스파 컴백 연기 배경 등 이수만과 관련한 다양한 의혹을 폭로해 대중의 이목을 휘어잡는 데 성공했다.

이 대표는 이수만의 역외 탈세 의혹과 관련, “이수만은 2019년 홍콩에 ‘CT 플래닝 리미티드'(CT Planning Limited)라는 회사를 자본금 100만 달러로 설립했고, 이 CTP는 이수만 100% 개인회사로 ‘해외판 라이크기획'”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수만은) 기존의 프로듀싱과 하는 일은 똑같은데, 계약 구조만 해외 레이블사와 해외판 라이크기획인 CTP를 거치게 하면서 기형적으로 (구조를) 바꿨다”며 “이수만은 SM과 (해외) 레이블사 간의 정산 전에 6%를 선취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SM이 이수만을 부르는 호칭인 ‘선생님’ 칭호까지 생략하고 날을 세웠다.

그러자 이수만의 지분을 인수한 하이브가 해명에 나섰다. 하이브는 “이수만과 관련됐다는 ‘CT 플래닝 리미티드’에 대해 전달받은 바 없고, SM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선 주식 매매계약에 따라 종결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수만 측은 이날 오후까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은 채 사태 향배를 주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가 이수만 관련 폭로를 예고한 14개 항목 가운데 이날 공개된 것은 4개로, 추가 폭로전이 잇따를 것으로 보여 당분간 진흙탕 공방은 이어질 전망이다.

이 대표가 폭로한 이수만의 역외탈세 의혹 등은 세무조사 혹은 수사 대상이 될 수 있고, 때에 따라서는 지난 3년 간 대표이사를 역임한 이 대표 자신도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가요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폭로전으로 자칫 이수만·이성수 양측 모두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SM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

◇ 연제협·온라인 커뮤니티…장외 여론전도 ‘후끈’

SM 인수전이 달아오르면서 장외 여론전도 후끈 달아오르는 모양새다.

음반 제작자들로 구성된 한국연예제작자협회(이하 연제협)는 전날 입장문을 내고 이수만과 하이브를 옹호하고 SM 현 경영진에 날을 세웠다.

연제협은 SM 현 경영진과 카카오에 대해 “묵과할 수 없는 배신행위”라며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SM을 비롯한 연예계에서도 익명 직장인 앱 블라인드를 중심으로 이날 이 대표의 폭로 영상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쏟아져 나왔다.

한 SM 직원은 “(영상에) 감정적인 부분이 많이 있지만 다 맞는 말”이라고 이 대표에 힘을 실었다.

다른 SM 직원은 “이 대표가 무조건 잘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평사원 입장에서는 우리에게 신경 써 주고 의견을 듣고 있다는 퍼포먼스를 해 주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며 “(회사가) 더 좋아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달라”고 적었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진흙탕 싸움으로 번진 것에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도 책임이 있지만, SM 현 경영진도 이렇게 급작스러운 발표는 좋은 모습이라고 볼 수만은 없다”며 “SM이 어느 회사로 들어가든 독립성 보장은 필요하고 창작에 족쇄를 채우지 않는 시스템 보장이 당연히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좌)과 이수만 SM 전 총괄 프로듀서
방시혁 하이브 의장(좌)과 이수만 SM 전 총괄 프로듀서 [하이브, SM엔터테인먼트 제공]

◇ SM 측 인사안도 관심…카카오도 공개매수 나설까

SM 현 경영진이 구상 중인 이사 후보 명단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성수·탁영준 공동대표를 비롯한 현 SM 등기이사의 임기는 모두 다음 달까지다. 특히 기타비상무이사로는 ‘우군’인 얼라인 이창환 대표를 추천하겠다고 일찌감치 밝힌 상태다.

SM 현 경영진 측 임시사외이사추천위원회는 최근 직능별로 전문성 있는 사외이사 후보 3명을 추려 SM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시사추위는 회사 발전을 위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인사를 고르는 데 방점을 찍은 것으로 전해졌다.

SM 관계자는 관심을 끄는 사내이사 세 자리에 대해 “내부에서 준비를 하고는 있지만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특히 SM의 현 주가가 하이브의 공개매수가(주당 12만원)를 웃돌면서 인수전을 둘러싼 방정식은 한층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다음달 초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이수만 측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의 결과와 하이브의 공개매수 성공 여부, 카카오가 공개매수에 뛰어들 가능성 등이 변수로 꼽힌다.

특히 SM 주가는 이날 오후 3시30분 현재 13만1천원을 넘어섰다.

이에 따라 소액 주주들이 하이브의 공개매수에 응할 유인이 사라져 하이브의 경영권 확보 계획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런 가운데 카카오가 공개매수 주관사 선정을 위해 증권사들과 접촉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카카오는 이에 대해 “공개매수와 관련해 정해진 게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