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드는 밤, 밝은 보름달이 원인이었나

보름달 뜨기 3~5일전 취침시각 늦어지고 수면량도 줄어

인공조명 없는 원주민·시애틀 대학생 수면 양상 비슷해

특별한 이유 없이 밤늦도록 잠들지 못한 적이 있다면 혹시 보름달을 앞둔 밤이었는지 확인해보기를 바란다.

달과 인간 수면의 상관관계를 연구해온 과학자들이 보름달이 뜨기 전 3~5일간 평소보다 더 늦게 잠이 들고 수면시간도 짧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워싱턴대학(UW)에 따르면 이 대학 생물학과 호라시오 데 라 이글레시아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달의 29.5일 월령과 인간의 취침 시각, 수면량 등의 변화를 분석해 얻은 결과를 과학 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발표했다.

보름달 [워싱턴대학 제공]
연구팀은 아르헨티나 북부 포르모사주의 토바-콤 원주민 3개 부족 98명에게 손목 장치를 부착해 수면 양상을 기록했다. 이들 부족은 전기가 공급되지 않아 인공조명이 전혀 없는 곳과 주거지에 단일 공동 조명을 가진 부족, 도시처럼 인공조명이 설치된 부족 등으로 구성됐다.

연구팀은 이 손목 장치를 통해 1~2개 월령에 걸쳐 수면 자료를 수집했다.

그 결과, 이전과 마찬가지로 인공조명이 있는 곳에서 생활하는 부족원이 그렇지 못한 부족원보다 더 늦게 잠자리에 들고 수면시간도 짧은 것이 확인했다. 부족에 따라 월령 전체에 걸쳐 수면량이 46~58분가량 편차가 있고 취침 시각도 30분가량 차이가 났다.

연구팀은 여기서 더 나아가 3개 부족 모두 보름달 3~5일 전에 평균적으로 잠자리에 드는 시각이 가장 늦어지고 수면시간도 가장 짧아지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대도시인 시애틀 지역 대학생 464명을 대상으로 수집된 다른 연구의 수면 자료에서도 비슷한 것으로 분석됐다.

데 라 이글레시아 교수는 “우리는 보름달을 앞두고 수면량이 줄고 잠자리에 드는 시간도 늦어지는 분명한 달의 영향을 봤다”면서 “이런 영향은 전기(인공조명)가 없는 곳에서 두드러지지만, 워싱턴대학 학부생을 포함해 전기가 들어오는 곳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에게도 존재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실험 대상자가 늦게 자고 수면시간도 줄어들 때는 보름달로 이어지는 상현달이 뜨는 시기로, 달빛은 점점 더 밝아지고 오후 늦게나 저녁 일찍부터 달이 떠 자연 빛이 늘어나는 데서 비롯된 현상으로 분석했다. 하현달도 달빛은 밝지만, 달이 뜨는 시점이 늦어 상현달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설명했다.

논문 제1 저자인 UW 생물학과 레안드로 카시라기 박사는 “우리가 포착한 (수면) 양상은 인류의 조상들이 월령 중 특정 시기의 달빛을 이용하는 선천적 적응의 결과라는 가설을 세웠다”면서 “앞으로 연구는 선천적인 생물학적 시계가 작동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신호가 작동하는 것인지를 규명해야 한다”고 했다.

달이 인간의 수면에 미치는 영향은 엇갈린 결과가 나오며 논쟁적 사안이 돼왔지만, 연구팀은 손목 장치를 이용해 달의 1~2개 주기에 걸쳐 장기적으로 수면 양상을 기록함으로써 개인적 편차를 따른 오류를 제거하고 정확한 자료 수집이 이뤄진 것으로 자부했다.

이전 연구에서는 실험대상자에게 수면에 관한 일기를 쓰게 해 자료를 수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또 이번 연구를 통해 토바-콤 부족 사이에서 초승달과 보름달 전후로 15일짜리 수면 양상 변화도 존재한다고 밝혔다.

이런 변화는 인공조명이 전혀 없거나 제한적으로 있는 토바-콤의 두 부족에서만 약하게 나타난 것으로, 달빛 이외에 초승달과 보름달 때 최대가 되는 달의 인력이 연관돼 있는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달 주기(월령)와 수면량(상단)과 취침시간 변화 [Rebecca Gourley/University of Washington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