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들 앞 흑인 아빠 피격…제2 플로이드 사태되나?

위스콘신주서, 경찰 7발이나 발사…항의 시위 격화에 연방군 투입

경찰이 한 흑인 남성을 자녀가 보는 앞에서 총으로 쏴 부상시키는 사건이 일어나 제2의 플로이드 사태로 번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24일 로이터와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5월 백인 경찰의 과잉 대응으로 숨진 조지 플로이드에 대한 인종차별 항의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는 미국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더욱 사회적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있는 것.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퍼지고 있는 영상물에는 23일 오후 5시쯤 위스콘신주 케노샤에서 백인 경찰관 2명이 조수석에서 내려 운전석으로 가 탑승하려던 흑인 남성 제이콥 블레이크(29)에게 7발의 총격을 가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 사건을 조사 중인 위스콘신주 법무부는 당시 차 안에는 블레이크의 자녀 3명이 타고 있었으며, 아버지가 총에 맞는 모습을 모두 봤다고 밝혔다.

케노샤 경찰이 발표한 성명에 따르면 블레이크는 경찰에 의해 즉시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중태다.

◇ 플로이드 사태 재발 우려 속 연방군 투입

영상물을 보고 분개한 시민들은 경찰을 향해 돌과 화염병을 던지며 격렬한 시위에 나섰다.

경찰은 최루탄을 이용해 시위대를 분산시켰다. 또한 상황이 악화하자 다음 날 아침 7시까지 시 전체에 통행금지 명령을 발령했다. 연방군 200명도 시위 현장에 배치될 예정이다.

미국 정부는 위스콘신주에서 일어난 경찰의 흑인 남성 총격에 항의하는 시위를 막기 위해 연방군 200명을 투입했다. 이들은 시위 현장에 배치될 예정이다.

이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흑인을 상대로 한 경찰의 과잉 대응에 항의하는 시위가 제2의 플로이드 사태로 번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 바이든 “미국 영혼 총 맞은 날”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은 이번 사건에 대해 분노를 나타내며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FT에 따르면 바이든 전 부통령은 성명에서 “오늘 아침 과도한 공권력 때문에 또 다른 흑인이 희생됐다는 분노와 슬픔에 잠겼다”고 밝혔다.

또한 “이에 대한 즉각적이고 완전하며 투명한 수사를 요구하며 관련자들은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미국 사회의 고질적인 인종차별을 타파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며 “인간은 모두 평등하며 모두 평등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이상을 위해 투쟁하는 것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미국의 영혼이 총격에 관통됐다”며 “우리 부부는 블레이크의 회복과 그의 자녀들을 위해 기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트럼프 아들 “피격 흑인은 전과자”

반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는 블레이크의 범죄 전력을 들추며 시위를 조롱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트럼프 주니어는 트위터에서 피격당한 블레이크가 경찰을 공격한 전력이 있다고 주장하는 평론가 앤디 은고의 글을 리트윗했다.

은고는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M) 시위의 정당성 부정하고 음모론을 퍼뜨리고 있는 극우적 성향의 인물이다.

트럼프 주니어가 리트윗한 은고의 글은 “블레이크는 경찰 공격 범죄 외에도 과거 가정폭력과 성범죄를 저질러 기소된 적이 있다. 그는 체포영장이 발부돼 있었고 BLM 시위대가 그를 총격한 보복으로 도시를 파괴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트럼프 주니어는 또한 시위대의 공격으로 인해 차량들이 불타는 동영상을 올리고 ‘평화로운 시위’라는 제목을 붙이며 조롱하기도 했다.

위스콘신주 커노샤에서 시위대를 막는 경찰 [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