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향한 헌신과 따뜻한 마음으로 기억…스키·요트·스쿠버 즐긴 모험가
애틀랜타 의료계에서 활동한 한인 마취과 전문의 김성은(영어명 그레이스 김) 박사가 암 투병 끝에 별세했다. 향년 59세.
7일 애틀랜타저널컨스티튜션(AJC)에 따르면 웰스타 마취과 소속으로 일했던 김 박사는 지난 5월 29일 오랜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가족들은 김 박사가 의료인으로서의 높은 책임감과 환자를 향한 따뜻한 마음, 그리고 삶을 적극적으로 즐긴 모험 정신으로 기억된다고 전했다.
김 박사의 여동생 수지 화이트씨는 “그레이스가 마음먹은 일은 무엇이든 최선을 다했고, 보통은 누구보다 더 잘해냈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동료와 지인들 사이에서 메트로 애틀랜타의 뛰어난 마취과 전문의 가운데 한 명으로 평가받았다. 가족들은 그가 환자 한 명 한 명에게 정확성과 연민, 깊은 책임감을 갖고 다가갔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1967년 밸런타인데이에 서울에서 의사 부모의 딸로 태어났다. 두 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했으며, 공중보건 분야에서 일하던 아버지의 직장 이동에 따라 여러 주에서 성장했다.
가족은 김 박사가 10세 무렵 테네시주에 정착했다.
그는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학부를 마친 뒤 테네시대 보건과학센터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보스턴의 카리타스 세인트 엘리자베스 메디컬센터에서 마취과 레지던트 과정을 마쳤다.
여동생 한나 김씨는 “언니에게 의사라는 직업과 경력은 삶 그 자체였고, 지역사회에 보답하는 방식이었다”며 “마취과 전문의로서 높은 수준의 진료를 중요하게 여겼고, 환자들이 얼굴을 보지 못하는 의사였지만 많은 사람을 도왔다”고 말했다.
마취과 의사인 김 박사는 수술실에서 의식이 없는 환자를 돌보는 일이 많았지만, 한 번은 깨어 있는 어린 환자를 돌본 적도 있었다.
오랜 이웃인 캐런 라이트시씨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두 살 손자가 머리를 다쳤을 때를 떠올렸다. 병원 응급실 방문이 부담스러웠던 2020년, 김 박사는 “우리 집으로 데려오라”며 아이를 직접 돌봤다. 그는 상처를 깨끗이 닦고 의료용 접착제로 봉합해줬다.
김 박사는 지난해 병으로 의료 휴직에 들어갔지만, 가족들은 그가 끝까지 삶을 즐기려는 의지를 잃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열정적인 스키어였고, 캐나다까지 가서 헬리콥터를 타고 오지 산악 슬로프에 내려 스키를 타는 헬리스키를 즐겼다. 요트, 스쿠버다이빙, 여행도 좋아했다.
라이트시씨는 김 박사가 새로운 취미에 도전할 때도 의학을 대하듯 먼저 철저히 배우고 준비했다고 말했다.
스머나에서 25년 넘게 길 건너 이웃으로 지낸 김 박사와 라이트시씨는 이웃을 넘어 가족 같은 사이였다. 두 사람은 자주 함께 여행했고, 주니퍼라는 이름의 구조견 래브라도 믹스도 함께 돌봤다.
지난여름 두 사람은 이탈리아 피렌체를 방문했다. 라이트시씨는 김 박사가 피렌체의 예술과 조각, 의학사를 탐방하며 매우 행복해했다고 기억했다.
그는 “그때가 내가 본 그레이스의 가장 행복한 모습이었던 것 같다”며 “그레이스는 피렌체와 그곳의 예술, 조각, 의학사를 정말 좋아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우정은 마지막 여행으로 이어졌다. 김 박사는 라이트시씨의 70세 생일을 기념하는 여성 친구들의 여행을 시작하던 중 런던에서 세상을 떠났다.
한나 김씨는 언니의 삶을 규정한 것은 지성과 의지, 그리고 따뜻한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언니는 자신이 믿는 일에 모든 것을 쏟았다”며 “우리는 모두 언니의 지성, 의지력, 결단력을 존경했다. 언니에게는 아름다운 뜻과 아름다운 마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 박사의 부모인 고 스티븐 김 박사와 메리 김 박사, 그리고 형제 데이비드 김씨는 먼저 세상을 떠났다. 가족들은 김 박사가 생전에 사랑했던 반려견 힐디, 쿠퍼, 새미도 먼저 떠났다고 전했다.
유족으로는 자매 수지 화이트씨와 한나 김씨, 매제 앤드루 프랜치씨, 조카 매들린 프랜치씨가 있다. 추모식은 올여름 열릴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