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개+폭염=산불…축구장 1만개 넒이 불탔다

캘리포니아 20여곳 대형산불…최악 폭염 만나 급속 확산

동시다발 산불에 주민들 한밤중 대피…주택·차량 불에 타

캘리포니아주 북부 일대에 번개로 인한 대형 산불 20여건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해 주민 수만명에게 대피령이 떨어졌다고 워싱턴포스트(WP), CNN 방송이 19일 보도했다.

캘리포니아주 북부와 중부 곳곳에서는 벼락이 떨어지면서 24건이 넘는 산불이 발생해 급속히 번지고 있다.

19일 캘리포니아주 배커빌에서 확산하는 산불로 한 주택이 불길에 휩싸여 있다. [AFP=연합뉴스]
캘리포니아주의 주도 새크라멘토에서 서쪽으로 약 40마일 떨어진 베리예사 호수 주변에서 대형 산불 ‘LNU 번개 복합 파이어’가 확산하는 가운데 첨단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몰려 있는 실리콘밸리 남서쪽 산마테오·샌타크루즈카운티 일대에는 ‘CZU 오거스트 번개 복합 파이어’가 발생해 1만에이커(약 40㎢)를 태웠다.

또 실리콘밸리 동부 일원에는 ‘SCU 번개 복합 파이어’로 명명된 20여건의 산불이 곳곳서 발생해 번지고 있다. 지금까지 축구장 1만개 넓이인 8만5000에이커(약 344㎢)를 태웠고 응급요원 2명이 이 불로 부상했다.

가장 심각한 것은 LNU 파이어다. 소노마·레이크·나파·솔라노카운티에 걸쳐 4만6000에이커(약 186㎢) 이상을 태운 이 대형 산불은 밤새 주거지인 배커빌로 접근하면서 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고 있다.

인구 10만명 규모의 이 도시에서는 이미 수천가구에 긴급 대피령 또는 대피경보가 내려졌다. 경찰은 밤새 집집마다 방문해 대피하라고 경고했다.

잠옷 차림으로 한밤중에 대피하다 신발마저 잃어버렸다는 한 주민은 “신이 나를 구했다”며 안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온라인으로 진행되던 학교 수업은 모두 취소됐다.

지금까지 이 산불로 4명이 다쳤으며 건물 50동이 소실되고 또 다른 50동이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소셜미디어에는 주민들이 달아나는 가운데 일부 주택이 불길에 휩싸이고 자동차가 전소된 모습 등이 퍼지고 있다. 시 관리들은 불길이 시의 북서부로 번지면서 대피경보 발령 지역을 확대하고 있다.

아직 정확한 피해 규모는 파악되지 않은 상태다.

다만 배커빌소방서 관계자는 불길이 주택가를 덮치는 것을 소방관들이 가까스로 막아냈다고 말했다.

번개로 시작된 이번 산불은 기록적인 폭염과 만나면서 세력을 급속히 키우고 있다. 산불로 인한 연기가 번지면서 산불 발생지 인근 도시에서도 매캐한 냄새를 맡을 수 있다.

대기질 정보 사이트 에어나우에 따르면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 새크라멘토에 이르는 지역에서 산불에 따른 연기로 대기질이 가장 나쁜 ‘유해함’ 수준까지 떨어졌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전날 산불로 인한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그러나 폭염이 계속되면서 높은 기온과 거센 바람, 건조한 대기 등은 산불의 확산에 땔감이 되고 있다. 배커빌의 경우 이날 낮 최고기온이 39도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를 포함한 미 서부에 걸쳐 폭염경보가 발령되면서 4500만명이 그 영향권에 들어가 있다. 소방관들은 변덕스럽고 극단적인 불길의 움직임에 대비하는 중이다.

WP는 “캘리포니아는 지난 두 달간 코로나19 환자의 급증과 전투를 치러왔다”며 “전문가들은 대피 조치가 코로나19를 통제하려는 노력을 복잡하게 할 수 있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18일 소방관들이 미 캘리포니아 카멜밸리에서 발생한 ‘카멜 파이어’를 진화하고 있다. [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