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장례문화 대격변…”화장이 전체 과반 차지”

NYT “화장률, 20년만에 2배 증가… 죽음에 대한 인식 변화”

미국에서 장례문화에 큰 변화가 일어나면서 화장이 20년 전보다 배 이상 늘어 전통적 매장을 누르고 미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장례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9일 보도했다.

신문은 화장을 선호하는 경향은 앞으로도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이는 죽음에 대한 미국인들의 생각이 바뀌고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아메리카 화장 협회(CANA)에 따르면 화장률은 20년 전 27%에서 2020년 56%로 증가 높아졌으며, CANA와 전국 장의사협회(NFDA)는 2040년에는 미국인 80% 이상이 매장보다 화장을 선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국민의 세속화와 함께 화장도 빠르게 증가해 왔다. 지난해 미국 국민 중 교회 등 종교시설에 등록된 사람 수는 갤럽이 1937년 처음 조사를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50% 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화장의 편리함과 저렴함에 대한 인식이 늘고 있는 것도 화장 증가에 기여한 요인으로 꼽힌다. NFDA에 따르면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고인 대면과 매장 등으로 진행되는 전통 장례의 중간 가격은 7천848달러지만 화장의 중간 가격은 2천550달러이다. 고인 대면을 거쳐 화장하는 장례의 중간 가격은 6천770달러 정도다.

또 유족이 여러 주에 흩어져 살고 있을 경우 고인의 시신을 아무도 방문하지 않을 특정 장소 묘지에 매장하기 위해 많은 돈과 노력을 들인다는 게 큰 의미가 없다는 인식도 늘어나고 있다.

리처드 모일란 그린-우드 묘지 대표는 “화장을 선택한 유족들은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하는지, 화장된 시신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고 싶어하지 않는다”면서 “이 세대는 단지 3일간의 장례를 치르고 싶지 않을 뿐”이라고 말했다.

현재 미국에서 화장은 민주당 지지도가 높은 주와 유동 인구가 많은 주, 겨울철 추위가 극심한 주 등에서 인기가 더 높다. 캐나다의 화장률이 미국보다 높으며, 네바다·워싱턴·오리건·메인주 등의 화장률은 이미 80% 안팎을 기록하고 있지만 종교인 비중이 높은 유타주나 다른 남부 주들은 50% 정도에 그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구 구성상 미국에서 연간 사망자는 앞으로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국민들은 이에 대비하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한다.

미국 사회보장국에 따르면 30년 후 65세 이상 인구는 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보이며, 통계국(Census Bureau)에 따르면 2050년 연간 사망자 수는 2019년보다 25% 정도 늘어나고 2055년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스턴대 스티븐 프로테로 교수는 이와 관련해 “사람들은 삶의 밝은 면을 보게 돼 있고 미국에는 낙관주의가 팽배해 있다”면서 사망자 급증이 예상됨에도 가정들은 이에 대한 대응을 준비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화장이 장례문화의 중심이 되는 변화는 장례 산업의 커다란 수입 감소를 이어질 가능성이 있으며 이에 따라 전통적인 매장 장례를 대신할 다양하고 친환경적인 대안의 등장을 촉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전통적인 관을 대신하면서도 화장보다 더 친환경적 방식으로 간주되는 방식으로 장례를 치르려는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다.

시신을 수의나 생분해성 용기에 넣어 땅속에서 자연 분해되도록 하는 친환경 매장과 자연 유기 환원(인간 퇴비화), 빙장(급속 동결건조 분쇄 매장), 알칼리 가수분해 등이 그것이다.

치처드 모일란 그린-우드 표지 대표는 어떤 방식의 장례를 선택하든 죽음도 삶의 다른 이벤트들처럼 명예롭게 여겨져야 한다면서 “고인에게 특별한 무언가를 강조하는 맞춤형 장례가 된다면 유족들에게도 더욱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