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비지출, 상품→서비스로 이동

월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 재고처리 ‘고심’…세일 늘어날 듯

미국에서 소비 수요가 상품에서 서비스로 확연히 이동하고 있다. 여기에 소비자들의 상품 선호도 변화가 맞물리면서 일부 상품을 중심으로 재고가 급증, 대형 유통업체들이 염가 판매에 나서고 있다.

29일 워싱턴포스트(WP), 로이터통신,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들의 상품과 서비스 지출 간 상대 비중은 코로나19 대확산 이후 상품 쪽으로 급격히 쏠렸다가 최근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복귀했다.

2020년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이후 여행과 외식, 공연 등 서비스 부문의 소비는 대폭 감소한 반면, 재택근무 확산의 영향으로 PC, 가전제품, 주택 리모델링 관련 등 상품 소비는 크게 증가했다.

물가 상승률을 고려한 서비스 지출액은 지난 3월 8조6000억달러(약 1경802조원)로 2020년 2월 수립된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하기도 했다.

영국 경제연구소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캐시 보스찬치치 미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소비자 지출이 상품에서 서비스로 전환하는 초기 단계”라며 “시간이 지나면 이런 경향이 더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WP는 소비 수요의 이런 전환이 전 세계 공급망 혼란을 완화하고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국인들이 구매하는 상품 대부분이 중국 등 외국에서 수입해오므로 그간 미국의 상품 수요 증가는 글로벌 공급망 혼란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최근 공급망 차질이 완화하는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물류 솔루션업체 ‘트럭스톱닷컴’에 따르면 트럭 운송 수요는 3월 초부터 그 이전의 3분의 2 수준으로 급감했다.

중국발 물동량이 들어오는 주요 관문인 미국 서부 해안 로스앤젤레스 항에 도착한 컨테이너선은 지난 7주간 연속 작년 수치를 밑돌았다. 단, 해상 운송으로 수입된 상품은 3∼4개월 전 주문한 것이기 때문에 현재 항만 상황이 최근 소비자 성향 변화를 반영하는 것은 아니라고 WP는 지적했다.

특히 작년 하반기 ‘물류 대란’과 제품 부족 사태 이후 보유 제품량을 허겁지겁 크게 늘린 미국 대형 유통업체들은 이제 오히려 TV와 가전제품 등의 판매 부진으로 막대한 재고에 직면하게 됐다.

씨티그룹이 지난 22일 현재 1분기 실적을 발표한 18개 유통 업체를 분석한 결과 11개 업체의 재고 증가율이 판매 증가율보다 10%포인트 더 높았다. 이는 팬데믹 개시 이후 가장 큰 격차다.

유통업체 타깃의 브라이언 코넬 최고경영자(CEO)는 “소비자가 지출 대상을 상품에서 서비스로 재조정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그 재조정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소비자의 상품 선호도 변화도 재고 확대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팬데믹 기간엔 캐주얼복이나 가정용품이 인기였다면, 최근엔 사무실 근무에 필요하거나 특별한 행사에 어울리는 의류가 더 많이 팔린다는 것이다.

소비지출이 서비스 쪽으로 쏠리면서 월마트와 메이시스 등 대형 유통업체들은 재고 과잉을 해소하려고 할인행사에 나서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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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마트 [연합뉴스TV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