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 1분기 충격의 ‘마이너스 성장’

성장률 -1.4%…무역적자·인플레 폭풍 속 예상 밖 후퇴

2020년 2분기 이후 첫 역성장…전쟁·중국봉쇄가 변수

[그래픽] 미국 경제성장률 추이

인플레이션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계속되는 여파 속에 미국 경제가 뒷걸음질 쳤다.

다만 이런 결과는 기술적인 요인 때문이지 미국 경제 자체의 체력은 강하다는 사실이 세부 지표에서 확인됐다고 미 언론들은 진단했다.

연방 상무부는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연율 -1.4%로 집계됐다고 28일(현지시간) 밝혔다.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것은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2020년 1∼2분기 이후 처음이다.

블룸버그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각각 집계한 1분기 성장률 전망치는 모두 1.0%였다.

예상 밖의 역성장은 무역적자 심화, 기업들의 재고 투자 둔화, 연방정부의 재정지출 감소 때문으로 분석된다.

1분기 미국의 무역적자는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우며 전체 GDP를 3.2%포인트 끌어내렸다고 CNBC 방송과 마켓워치가 전했다.

이는 미국인들의 왕성한 소비 활동으로 수입이 급증한 반면 다른 나라들의 경기회복 지연으로 수출 증가세가 둔화한 결과여서 부정적으로 해석하기 어렵다.

공급·물류망 차질이 한창이던 작년 말 쇼핑 대목을 맞아 불필요하게 재고를 크게 늘린 미국의 기업들이 올해 들어 재고 투자를 줄인 것도 전체 GDP에서 0.8% 이상 마이너스 효과를 가져왔다.

여기에 정부 지출이 감소한 것도 미 경제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지난 분기 미국의 국방 지출은 8.5%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블룸버그통신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 세 가지 요인이 GDP를 4%포인트 이상 깎아내렸고, 무역적자와 재고 둔화만 제외해도 1분기 성장률은 플러스가 된다.

또한 -1.4%라는 1분기 성적표는 6.9% 성장했던 직전 분기와의 비교에 따른 기저효과일 뿐이라는 시각도 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미 경제는 3.6% 성장했다.

미국 경제의 건전성을 확인시켜준 세부 지표도 많다.

미 실물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개인소비지출은 2.7%(연율), 기업 투자는 9.2%(연율) 각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초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대확산했음에도 소비 지출과 기업 투자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기저 수요를 측정하는 지표인 국내구매자 실질최종판매도 2.6%(연율) 증가해 오히려 작년 4분기(1.7%)를 상회했다.

향후 미국의 경제성장 전망에 대해선 관측이 엇갈린다.

미국 경제의 강한 체질이 확인된 만큼 무역적자와 기업재고 둔화 등 일시적 요인만 해소되면 곧 반등할 것이라는 낙관론이 나오지만, 전쟁 장기화와 중국의 주요 도시 봉쇄라는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는 점에서 경기둔화가 본격화할 것이란 우려도 없지 않다.

전쟁과 중국의 ‘제로 코로나’ 방역이 이미 꼬인 글로벌 공급망에 추가로 타격을 가해 에너지, 원자재, 식료품 물가를 더욱 끌어올려 기업과 소비자를 위축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 억제에 사활을 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본격적인 금리 인상과 양적 긴축이 본격적인 침체를 유발할지 모른다는 공포도 있다.

도이체방크가 맨 먼저 내년 미 경기침체 가능성을 공식 경고했고, 골드만삭스도 1년 후 침체 확률을 35%로 추정한 바 있다.

미국 1분기 성장률 -1.4%…예상 밖 감소(CG)
미국 1분기 성장률 -1.4%…예상 밖 감소(CG) [연합뉴스TV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