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4개월부터 소량 노출 권장한 새 지침 효과…알레르기 발병률 40% 줄어
10년 전 ‘아이에게 땅콩을 늦게 먹여야 한다’는 기존 상식이 뒤집힌 이후, 미국 내 땅콩 알레르기 발병률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소아·알레르기 전문의 연구진은 “생후 4개월부터 소량의 땅콩을 노출시키면 알레르기 발병을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한 2015년 연구 결과가 실제로 수만 명의 아이들의 알레르기 발생을 막았다고 밝혔다.
연구를 주도한 데이비드 힐 박사팀은 2015년 이후의 건강기록을 추적 분석한 결과, 지침 도입 초기 고위험군 아동의 알레르기 발생률이 27% 감소했고, 2년 뒤에는 40% 이상 줄었다고 밝혔다.
힐 박사는 “이 공중보건 정책 덕분에 실제로 음식 알레르기가 있는 아이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는 2015년 발표된 ‘Learning Early About Peanut Allergy(LEAP)’ 연구에서 비롯됐다.
당시 연구는 잠재적 알레르기 유발 음식을 일찍 노출시키면 향후 발병 위험을 80% 낮출 수 있다는 결과를 발표하며 기존 ‘3세까지 알레르기 식품을 피하라’는 지침을 완전히 뒤집었다.
이에 따라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는 같은 해 공식 지침을 수정해 생후 4~6개월 사이 땅콩, 우유, 콩, 견과류 등을 소량으로, 일상적인 환경에서 안전하게 노출할 것을 권장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콜럼비아대 소아과 의사 에디스 브라초-산체스 박사는 “이는 단순한 연구가 아니라, 공중보건 권고가 아이들의 실제 건강을 바꿔놓은 사례”라고 평가했다.
다만 모든 의료기관이 새로운 지침을 따르는 것은 아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소아과 의사의 29%, 알레르기 전문의의 65%만이 해당 권고를 실천하고 있다.
일부 부모와 의료진은 “가정에서 땅콩을 처음 먹이는 것이 안전한가”에 대한 불안감을 이유로 들었다.
전문가들은 “중요한 것은 양이 아니라 ‘노출 경험’”이라며 “땅콩버터나 요거트, 두유, 견과류 버터 등을 작게 맛보는 수준으로 반복 노출시키면 된다”고 조언했다.
현재 미국에서는 약 3300만 명이 음식 알레르기를 앓고 있으며, 이번 연구는 조기 노출이 장기적으로 알레르기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중요한 근거를 추가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