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묘지 남부연합 기념비도 “노예제 상징” 철거?

연방정부 산하 위원회, 철거·1000여건 이름교체 등 시정 권고

의회·국방부 승인해야 발효…인종차별 반대운동 확산 속 주목

미국 알링턴 국립묘지의 '남부연합 기념비'
알링턴 국립묘지의 ‘남부연합 기념비’ [알링턴 묘지 홈페이지]

과거 미국의 노예제도를 상징하는 동상을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철거하자는 권고가 국방부 산하 명명위원회로부터 제기됐다고 AFP 통신이 14일 보도했다.

명명위 부위원장인 타이 세둘 준장에 따르면 위원회는 이런 내용을 포함, 군함 등 미군 소유 재산 약 1000건의 이름을 바꿀 것을 권고하는 내용이 담긴 최종 활동보고서를 하원에 제출할 방침이다.

철거 대상으로 지목된 ‘남부연합 기념비’는 1914년 제작된 것으로 현재 워싱턴DC 인근 알링턴 국립묘지에 놓여 있는데, 꼭대기에는 한 여성이 올리브 잎사귀 관을 머리에 쓴 모습의 동상이 올라서 있다.

세둘 부위원장은 “기념비에 ‘행복한 노예’ 두 명의 모습이 있는데, 이는 무시무시한 노예제의 본성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는다”며 “노예가 행복했다는 것은 신화이자 거짓말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명명위는 알링턴 묘지에 서 있는 남부연합 군인들의 동상들은 그대로 두기로 판단했다.

'노예제 옹호' 남부연합 장군 이름 담긴 포트 브래그 육군기지
‘노예제 옹호’ 남부연합 장군 이름 담긴 포트 브래그 육군기지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위원회는 지난 5월에는 과거 노예제를 옹호했던 남부연합 장군의 이름을 딴 육군기지 ‘포트 브래그’를 ‘포트 리버티’로 바꾸는 등 9개 기지의 명칭 변경안을 내놓은 바 있다.

앞서 미국에서는 2020년 백인 경찰의 가혹행위에 의해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살해 사건으로 흑인 인권에 대한 요구가 들끓었고, 이를 계기로 노예제를 옹호했던 이들의 이름을 딴 군기지 명칭 변경이 추진되기 시작했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가 의회에서 재의결되는 등 인종주의 청산 의제를 둘러싸고 정치적 논란이 거세게 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