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도 자녀를 갖지 않겠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늘면서 합계출산율을 역대 최저 수준으로 끌어내리는 주된 요인이 되고 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 보도했다.
자녀 양육에 대한 비용과 기대치가 높아진 게 젊은 세대가 아이를 가지는 것을 고민하게 만들고 있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질병예방통제센터(CDC) 통계에 따르면 미국의 합계출산율은 2013년 기준 1.62명으로 전년보다 2% 하락하며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낮아졌다.
WSJ은 텍사스대의 인구통계학자 딘 스피어스의 분석을 인용, 평생 자녀를 갖지 않는 이들이 늘어난 게 35∼44세 여성 연령대 평균 출산율 감소 현상의 3분의 2를 설명한다고 소개했다.
과거보다 출산 연령대가 높아지거나 이전보다 아이를 적게 낳아서라기보다는 아이를 아예 낳지 않는 여성이 늘어난 게 최근 저출생 현상의 주된 배경이라는 설명이다.
출산 연령대가 점차 높아지며 여성의 출산이 시기가 미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2022년 한 해 아이를 출산한 미국 여성의 80%는 35세 미만이었다.
노스캐롤라이나대 채플힐 캠퍼스의 캐런 벤저민 구조 캐롤라이나인구센터 국장은 “일부는 여전히 아이를 가지고 있지만, 전반적인 출산율 하락을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라고 말했다.
WSJ은 또 비영리단체인 애스펜 이코노믹 스트레티지그룹의 분석을 인용, 35∼44세 여성이 아이를 갖지 않는 현상이 인종과 소득 수준, 고용 상황, 지역, 교육 수준을 가리지 않고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데 주목했다.
이 같은 사실은 인구통계학자들이 밀레니얼 세대의 자녀 양육관 변화에 주목하게 만들고 있다.
뉴올리언스에 사는 베스 데이비스(42)는 “지금 내 삶의 활력을 망치고 싶지 않다. 특히 내게 100% 의존해야 하는 누군가를 위해서라면 더더욱 그렇다”라고 말했는데, 이는 밀레니얼 세대의 새로운 관념을 설명하는 전형적인 사례라고 이 신문은 소개했다.
퓨리서치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자녀가 없는 18∼49세 성인 중 자녀가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답한 비중은 2018년 37%에서 2021년 49%로 치솟았다.
아나스타샤 버그와 레이철 와이즈먼은 최근 낸 공동 저작 ‘자녀란 무엇인가’에서 과거엔 자녀 양육에 대한 비용을 생각하지 않고 양육을 그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지만, 젊은 세대는 자녀를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로 여긴다고 분석했다.
개인적·직업적 야망과 비교했을 때 자녀 양육에 대한 투자가 값어치 있다고 여기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자녀 양육에 들어가는 기본 비용이 늘어난 것도 사실이지만 자녀에게 더 많은 기회와 경험을 제공하려는 욕구가 늘어난 게 젊은 세대의 양육에 대한 부담을 늘리고 있다고 WSJ은 분석했다.
싱크탱크 미국기업연구소(AEI)의 스콧 윈십 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미국 중산층 가정이 미취학 아동에 지출하는 비용은 1995년에서 2003년 4배로 상승했는데, 이 가운데 실제 물가 상승 요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에 불과했다.
나머지 절반 요인은 부모들이 더 높은 질과 양의 양육 환경을 선택한 데 기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메릴랜드대에서 아동과 가족을 연구하는 경제학자 멜리사 키니는 “사람들은 양육비가 더 비싸졌다고 얘기하지만, 양육비 증가의 많은 부분은 부모들이 양육에 더욱 집중하면서 그에 따라 지출을 늘린 데 기인한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