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가정폭력·성폭행 주장 의혹…이민신청 5만여건 계류 중인데 자격 반납
워싱턴주에서 수만 명의 이민자를 상대로 대형 이민법률 회사를 운영해온 알렉산드라 로자노 변호사가 허위·부실 이민신청 의혹 속에 변호사 자격을 반납하고 법무법인까지 폐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애틀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로자노는 한때 워싱턴주 최대 규모의 이민 법률회사를 일군 인물로, 스스로를 ‘기적의 변호사’로 홍보하며 히스패닉 이민자 사회에서 큰 영향력을 확보했다.
멕시코 출신인 로자노는 워싱턴주 턱윌라에 본사를 두고 시카고, 휴스턴, 샌안토니오, 로스앤젤레스 등에 대형 사무실을 운영했다.
그녀는 성모 마리아의 발현으로 알려진 과달루페 성모 이미지를 광고에 활용하며 절박한 이민자들에게 영주권과 합법 신분 취득 가능성을 강조해왔다.
로자노의 법률사업은 빠르게 성장했다. 2022년 기준 연 매출은 5500만달러에 달했고, 사건당 수임료는 1만~1만5000달러 수준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변호사 자격을 반납하기 직전까지 고객 수는 3만5000명, 로자노의 서명이 들어간 계류 중인 이민신청서는 5만4000건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로자노의 성공 뒤에는 심각한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5월 전 고객 9명은 로자노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며 허위, 부실, 사기적 법률서비스를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로자노는 징계심판을 앞두고 워싱턴주 변호사 자격을 자진 반납했다. 이달 들어 그가 설립한 법무법인 루스 리걸도 결국 문을 닫았다.
현재 연방 국토안보부(DHS)가 로자노를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워싱턴주 법무부 역시 지난해부터 사전 조사에 착수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워싱턴주 법무부는 내부 문건에서 로자노의 영업 관행이 사기에 가깝다고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장 큰 의혹은 일부 의뢰인의 영주권과 인도주의 비자 신청서에 과장되거나 허위의 가정폭력, 성폭력 피해 내용이 기재됐다는 점이다.
로자노는 특히 여성폭력방지법(VAWA)를 활용한 영주권 신청에 집중했다. VAWA는 미국 시민권자나 영주권자 배우자에게 학대받은 이민자가 가해자에게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도록 마련된 제도다.
하지만 전직 직원들과 이민변호사들은 로자노 측이 단순한 부부갈등이나 일상적 다툼까지 학대 사례로 포장해 신청서를 작성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 신청서에는 의뢰인이 전혀 말하지 않은 성폭행, 폭행, 협박 등의 내용이 포함됐고, 영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고객들이 내용을 확인하지 못한 채 서명한 사례도 있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한 멕시코 출신 여성은 자신의 영주권 신청서에 남편이 강제로 성관계를 요구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여성과 남편은 해당 주장이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더 큰 문제는 애초에 영주권 자격이 없는 이민자들에게도 신청을 권유했다는 의혹이다. 일부 고객은 추방재판에 회부됐고, 수년 동안 합법 신분을 기대했던 이민자들은 하루아침에 불법체류와 추방 위험에 놓이게 됐다.
로자노의 사임 이후 수천 명의 고객들은 자신의 이민서류가 어떻게 작성됐는지조차 알지 못한 채 혼란에 빠져 있다. 새 변호사를 찾은 일부 의뢰인들은 기존 신청서 내용을 확인한 뒤 “모든 것이 무너졌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민전문 변호사들은 허위 신청이 실제 피해자들에게도 큰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허위 또는 과장된 VAWA 신청이 늘어날 경우 진정한 가정폭력 피해자들의 신청이 더 엄격한 심사를 받게 되고, 이민제도 전체에 대한 신뢰도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민전문 변호사 수전 파이는 이번 사안이 정치적 성향과 관계없이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라며, 허위 신청은 진정한 피해자들의 기회를 빼앗고 미국 이민제도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린다고 지적했다.
로자노 사건은 절박한 이민자들을 상대로 한 대형 법률 비즈니스의 위험성을 드러낸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한때 ‘기적의 변호사’로 불리며 수만 명에게 희망을 팔았던 인물이 수만 건의 계류 신청서와 피해 의혹을 남긴 채 무너진 것이다.
본보 제휴사 시애틀 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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