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24시간 뉴스채널 만든 미디어 혁신가…브레이브스·카툰네트워크·TBS까지 ‘애틀랜타 미디어 제국’ 구축
세계 최초의 24시간 뉴스채널 CNN을 창립한 미디어 거물 테드 터너(Ted Turner)가 6일 별세했다. 향년 87세.
CNN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터너는 이날 플로리다주 탤러해시에 있는 자택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세상을 떠났다. 그는 지난 2018년 진행성 뇌질환인 루이체구 치매 진단을 받았으며, 최근 폐렴 치료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테드 터너는 단순한 방송 사업가가 아니었다. 애틀랜타를 미국 미디어 산업 중심지 가운데 하나로 바꿔놓은 인물이었다.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출신인 그는 24세 때 아버지가 운영하던 옥외광고 회사를 물려받으며 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회사는 부채에 시달리고 있었고, 부친은 우울증과 약물 문제 끝에 극단적 선택을 한 상태였다.
주변에서는 회사를 정리하라고 조언했지만 터너는 오히려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라디오 방송국을 인수한 데 이어 1970년 애틀랜타 지역 방송국 채널17을 사들이며 본격적으로 미디어 산업에 뛰어들었다.
그가 인수한 방송국 WTCG는 오래된 영화와 시트콤을 틀던 작은 지역 방송이었다. 그러나 터너는 당시 약체였던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를 과감히 인수하고, 162경기 전 경기를 방송에 편성하면서 시청률 돌풍을 일으켰다.
이 전략은 애틀랜타를 전국 야구 팬들에게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이후 그는 방송국을 위성 기반 전국 송출 체제로 전환하며 미국 최초의 ‘슈퍼스테이션(superstation)’ 모델을 만들었다. 지역 방송을 전국 콘텐츠로 확장한 혁신이었다.
터너의 이름을 세계적으로 만든 결정적 사건은 1980년 6월 1일 CNN 출범이었다.
당시만 해도 뉴스는 저녁 시간대 몇십 분짜리 프로그램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터너는 “밤늦게 집에 돌아오면 뉴스가 이미 끝나 있었다”며 하루 24시간 뉴스를 제공하는 채널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초기 CNN은 “미친 사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설립 첫 2년 동안 매달 200만달러 손실을 기록했고, 백악관 출입기자단 가입 문제를 놓고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와 법적 다툼까지 벌였다.
하지만 1991년 걸프전이 모든 것을 바꿨다.
CNN은 바그다드 현지에서 전쟁을 실시간 생중계했고, 전 세계 시청자들은 처음으로 ‘생방송 전쟁’을 목격했다. 이후 베를린 장벽 붕괴, 톈안먼 시위 등 현대사의 주요 장면마다 CNN 카메라가 있었다.
당시 조지 H.W. 부시 대통령이 “CIA보다 CNN에서 더 많은 정보를 얻는다”고 말한 것은 CNN의 영향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발언으로 남았다.
터너는 이후 CNN 인터내셔널, 헤드라인 뉴스(HLN), 터너네트워크텔레비전(TNT), 카툰네트워크 등을 잇따라 출범시키며 거대한 미디어 제국을 구축했다.
1996년 그는 자신의 미디어 그룹 TBS를 타임워너에 75억달러에 매각했다.
거칠고 직설적인 성격으로 유명했던 터너는 “남부의 입(The Mouth of the South)”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세 차례 결혼과 이혼, 배우 제인 폰다와의 결혼 생활, 거침없는 정치 발언 등으로 끊임없이 화제를 몰고 다녔다.
그는 스스로를 “사업가보다 모험가”라고 표현했다. 실제로 계약서를 끝까지 읽지 않고 결정을 내리는 스타일로 유명했지만, 기존 언론 질서를 뒤흔든 혁신가로 평가받는다.
막대한 자선 활동도 이어갔다. 그는 유엔에 총 10억달러를 기부했으며, 닷컴 버블 붕괴로 자산이 급감한 뒤에도 약속한 기부를 끝까지 완료했다.
또 미국 곳곳에 200만 에이커 규모 토지를 사들여 자연 보호구역으로 운영하며 환경 보호 활동에도 힘썼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애도 메시지를 내고 “방송 역사상 거장이자 내 친구였다”고 밝혔다. 다만 “터너가 떠난 뒤 CNN은 망가졌다”고 덧붙이며 CNN에 대한 비판도 빼놓지 않았다.












https://shorturl.fm/yaTw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