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대법원, 하바나독스 손 들어줘…카니발·노르웨지안·로열캐리비안·MSC 소송 부활
연방대법원이 쿠바 혁명 당시 몰수된 항만 시설을 이용해 이익을 얻었다는 이유로 제기된 소송에서 미국 기업 하바나독스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주요 크루즈 업체 4곳이 4억4000만달러가 넘는 배상 책임에 다시 직면하게 됐다.
연방대법원은 21일 8대1 판결로 하바나독스 코퍼레이션이 카니발, 노르웨지안 크루즈라인, 로열캐리비안, MSC 크루즈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을 다시 진행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바나독스는 1959년 피델 카스트로의 공산 혁명 이후 쿠바 정부가 몰수하기 전까지 쿠바 아바나 항구의 부두 운영권을 갖고 있던 미국 기업이다. 이 회사는 크루즈 업체들이 오바마 행정부 시절 미·쿠바 관계 완화 기간 아바나 항구를 이용하며 몰수 재산을 통해 이익을 얻었다고 주장해왔다.
이번 사건은 1996년 제정된 헬름스-버튼법에 근거하고 있다. 이 법은 쿠바 정부가 혁명 이후 몰수한 재산을 이용해 이익을 얻은 기업을 상대로 미국인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은 다수 의견에서 하급심이 하바나독스의 청구를 잘못 기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크루즈 업체들이 하바나독스가 청구권을 갖고 있는 몰수 재산을 사용했다고 판단했다.
앞서 마이애미 연방법원은 크루즈 업체들의 책임을 인정하고 하바나독스에 총 4억달러가 넘는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항소법원이 이 판결을 뒤집으면서 사건은 연방대법원으로 올라갔다.
엘레나 케이건 대법관은 반대 의견을 냈다. 케이건 대법관은 하바나독스가 소유했던 것은 부두 자체가 아니라 일정 기간 부두를 사용할 수 있는 재산상 권리에 불과했다며, 다수 의견이 법 조문을 잘못 해석했다고 지적했다.
헬름스-버튼법은 제정 이후 수년 동안 미국 대통령들이 동맹국 및 쿠바에서 영업하는 기업들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적용을 유예해왔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해당 법의 적용을 활성화하고 쿠바 공산정권에 대한 압박을 강화했다.
크루즈 업체들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쿠바 여행 제한을 완화한 뒤 2016년부터 아바나 기항을 재개했다. 이후 트럼프 행정부가 쿠바 크루즈 운항을 다시 금지하면서 관련 운항은 중단됐다.
이번 판결로 사건은 다시 하급심으로 돌아가게 된다. 크루즈 업체들은 배상 책임과 손해액을 둘러싸고 계속 다툴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판결은 워싱턴과 아바나 간 긴장이 다시 높아지는 가운데 나왔다. 미국 정부는 전날 1996년 마이애미 망명자들이 조종하던 항공기 격추 사건과 관련해 라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을 살인 혐의로 기소한다고 발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