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로라도 와인 산지 품에 안긴 도시…사막과 설산, 그리고 맛의 발견
콜로라도 서부 끝자락, 주 최대 와인 산지와 맞닿은 도시 그랜드 정션(Grand Junction). 산악과 사막 트레일, 풍부한 수상 스포츠, 콜로라도 국립 기념물의 경이로운 붉은 사암 지형을 찾아 아웃도어 애호가들이 모여드는 곳이다.
오랫동안 이 도시는 경유지였다. 자연은 늘 풍요로웠지만 도시 자체는 지나쳐도 좋을 곳으로 여겨졌다. 이제는 다르다. 제임스 비어드 어워드 후보에 오른 셰프의 레스토랑, 조용히 문을 연 부티크 호텔들, 강변을 따라 이어지는 산책로와 야외 조각 공원. 그랜드 정션은 지금,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가고 있다.
뉴욕타임스 여행섹션은 15일 기사를 통해 그랜드 정션에서 보낸 36시간의 여정을 소개했다.
◇ 금요일 오후: 야생의 인사
공기부터 다르다. 세이지브러시의 향이 바람에 실려 온다.
그랜드 정션에서 동쪽으로 18마일, 리틀 북 클리프스 야생마 보호구역(Little Book Cliffs Wild Horse Range)에 들어서면 숨이 멎는 순간이 찾아온다. 100여 마리의 야생마가 3만6000에이커의 땅을 자유롭게 누빈다. 19세기 초 강제 이주 전까지 유트(Ute)족이 길렀던 말들의 후손이다. 미국에서 야생마 보호를 위해 단독으로 지정된 세 곳 중 하나다. 협곡 안쪽으로 한두 마일만 걸어 들어가도, 붉은 절벽과 향기로운 풀숲 사이에서 말 떼를 만나는 행운이 찾아올 수 있다.
해가 기울 무렵에는 팰리세이드(Palisade)로 향한다. 그랜드 정션에서 14마일 동쪽에 자리한 작은 마을로, 콜로라도 최대 와인 산지의 중심이다. 피치 스트리트 디스틸러스(Peach Street Distillers)의 낡고 정겨운 바에 앉아 피치 피커 뮬(peach picker mule)을 한 모금 마신다. 팰리세이드 복숭아로 만든 브랜디와 넥타가 어우러진 칵테일, 13달러. 여름이 아니어도 복숭아의 달콤함은 충분히 전해진다.
저녁은 도보로 두 블록, 페슈(Pêche)에서. 남편과 아내가 함께 이끄는 이 작은 레스토랑은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 출신의 두 셰프가 7년째 운영 중이다. 메뉴는 많지 않다. 대신 깊다. 야생 버섯을 곁들인 생파스타(38달러), 가지 렐리시와 리코타를 품은 양 갈비(68달러). 테이블 옆에서 직접 불을 붙여 완성하는 크렘 브륄레(10달러)가 저녁의 마침표를 찍는다.
◇ 토요일: 사막을 달리고, 협곡을 읽다
이른 아침, 제임스 M. 롭 콜로라도 리버 주립공원(James M. Robb-Colorado River State Park)의 커넥티드 레이크스 구역으로 나선다. 10달러의 입장료로 오스프리, 흰머리수리, 갬블의 메추라기까지 200종이 넘는 새들의 세계로 들어간다. 호수 셋을 두른 평탄한 흙길을 걷다 보면 아침이 조용히 익어간다.
아침 식사는 드림 카페(Dream Café)에서. 미드센추리 모던 스타일의 인테리어, 시나몬 롤로 만든 프렌치 토스트(15달러). 칼로리 걱정은 잠시 내려놓아도 좋다. 오전 내내 움직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랜드 정션 주변에는 약 300마일의 트레일이 있다. 모압(Moab)이 더 유명하지만, 콜로라도 현지인들은 이곳을 더 좋아한다. 그래스루트 사이클스(Grassroots Cycles)에서 자전거를 빌려(하루 75달러~) 런치 루프(Lunch Loop) 트레일로 향한다. 20마일이 넘는 싱글트랙 코스, 콜로라도 국립 기념물의 층층이 쌓인 절벽이 페달을 밟는 내내 시야에 들어온다.
점심은 웨스트코 브루잉(WestCo Brewing)에서. 콜로라도 리버프런트 트레일 옆에 자리한 이 양조장은 아시아 감성의 메뉴가 인상적이다. 일본식 치킨 카레를 올린 가라오케 프라이(13달러), 훈제 브리스킷 라면(21달러). 재스민 라이스로 만든 일본식 라거를 3온스짜리 소량 잔(2~3달러)으로 맛보는 것도 좋다.
오후에는 콜로라도 국립 기념물로 돌아간다. 23마일의 림록 드라이브(Rim Rock Drive)를 따라 달리며 발런스드 록, 키싱 커플, 인디펜던스 모뉴먼트 같은 기암괴석들을 만난다. 수백만 년의 시간이 빚어낸 붉은 사암의 세계. 한 시간이면 주파하지만, 멈추고 싶은 순간들이 계속 발목을 잡는다.
해 질 무렵 메인 스트리트로 돌아온다. 약 130점의 야외 조각품이 거리를 채우는 아트 온 더 코너(Art on the Corner) 프로그램은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야외 조각 전시 중 하나다. 욕조에 앉아 대본을 고치는 시나리오 작가 달튼 트럼보(Dalton Trumbo)의 실물 크기 청동상이 특히 눈길을 끈다. 그는 그랜드 정션 출신이다.
웨스트 윈즈 갤러리(West Winds Gallery)에서 콜로라도 장인들의 도예와 그림을 둘러보고, 홉 앤 더 헨(Hog and the Hen)에서 스웨덴산 생강 리코리스(10달러)를 한 봉지 집어 든다. 트리플 플레이 레코즈(Triple Play Records)에서 빈티지 바이닐을 뒤적이다 보면 저녁 약속 시간이 다가온다.
저녁은 빈 707 푸드바(Bin 707 Foodbar). 뉴욕타임스 선정 미국 50대 레스토랑에 이름을 올린 곳이다. 셰프 조시 니른버그는 다섯 차례 제임스 비어드 어워드 후보에 오른 인물. 선초크 허시 퍼피(16달러), 유트 마운틴 유트 부족이 재배한 콩 퓌레 위의 훈제 오리 가슴살(44달러). 팝 아트와 화분, 요리책이 뒤섞인 공간에서 음식은 계절의 언어로 말을 건다.
밤은 소코 소셜 하우스(SoCo Social House)에서. 1906년 쿠어스 맥주 창고였던 작은 벽돌 건물. 블랙 카더멈으로 향을 더한 미드나잇 뮤즈(13달러)를 홀짝이며 엔스트롬(Enstrom)의 아몬드 토피 초콜릿(3달러)을 곁들인다. 또는 호텔 멜로즈 안의 멜로즈 스피릿 코(Melrose Spirit Co.)에서 코코넛 버번 기반의 열대풍 칵테일(13달러)로 하루를 닫아도 좋다.
◇ 일요일 아침: 세상에서 가장 넓은 산 위에서
그랜드 정션에서 동쪽으로 40마일, 그랜드 메사(Grand Mesa)는 세계에서 가장 큰 평정 산지다. 4월 말까지 눈이 쌓이는 이곳에서 크로스컨트리 스키나 스노슈를 즐길 수 있다(장비 대여 하루 20~25달러).
그랜드 메사 노르딕 카운슬이 조성한 19마일 코스 중 스카이웨이 트레일을 따라 가문비나무 숲과 설원을 가로지르면 고도 위의 고요함이 온몸을 감싼다. 다운힐 스키를 원한다면 파우더혼 마운틴 리조트(Powderhorn Mountain Resort, 리프트권 99달러)도 인근에 있다.
◇ Travel Info
가는 법 애틀랜타에서 직항은 없으며 덴버 경유가 일반적. 덴버에서 그랜드 정션까지 차로 약 4시간, 또는 국내선 항공 이용 가능(약 1시간).
숙박 호텔 멜로즈(Hotel Melrose, 1908년 건축, 객실 요금 266달러~), 호텔 매버릭(Hotel Maverick, 콜로라도 메사 대학 캠퍼스 내, 234달러~), 캠프 에디(Camp Eddy, 강변 타이니홈·에어스트림, 160달러~).
방문 적기 봄(4~5월)과 가을(9~10월)이 가장 쾌적. 봄에는 스키와 자전거를 같은 날 즐길 수 있다.
관광 정보 Visit Grand Junction (visitgrandjunctio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