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m짜리 메릴린 먼로 대형동상 두고 논란

캘리포니아 팜스프링스미술관 앞 유명한 ‘지하철 포즈’  설치예정

“여성 성적대상화 과거 이미지” 주장…설치중단 가처분신청 기각

사진은 2013년 팜스프링스에 설치된 메릴린 먼로 동상 아래에서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는 모습.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사진은 2013년 팜스프링스에 설치된 메릴린 먼로 동상 아래에서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는 모습.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캘리포니아의 팜스프링스미술관 앞에 세워질 높이 8m짜리 대형 메릴린 먼로 동상을 두고 지역사회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2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의 기업 PS리조트는 올여름 하순께 팜스프링스미술관 앞 도로변에 전설적인 여배우 메릴린 먼로의 동상을 설치할 계획이다.

이 동상은 먼로가 1955년 출연한 영화 ‘7년만의 외출’에서 지하철 환기구 바람에 날리는 흰색 원피스 치맛자락을 두 손으로 잡는 포즈의 작품으로, 조형예술가 J. 슈어드 존슨이 제작했다.

특히 미술관 정문 앞에 먼로 동상의 엉덩이 부분이 정면으로 보이게 되는 위치 선정을 두고 비판이 일고 있다. 1938년 개관한 팜스프링스미술관은 건물의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2016년 미 국립 사적지에 등재된 바 있다.

팜스프링스미술관 이사회의 제인 에미슨 의장은 이 작품이 미술관 소장품으로 잘못 인식될 위험이 있다면서 “팜스프링스를 20세기 중반 건축·디자인의 세계적인 명소로 만든다는 목표를 해칠 것이라는 여론이 많다”고 말했다.

팜스프링스미술관장을 지낸 엘리자베스 암스트롱도 최근 이 작품의 설치를 반대하는 탄원서에 4만1천명의 서명을 받았다.

그는 먼로 동상에 대해 “여성이 성적 대상물로 취급받았던 과거의 이미지”라면서 “우리는 문화적으로 진보한 도시에서 살고 싶다. 그것이 내가 팜스프링스에 바라는 것 중 하나”라고 말했다.

패션디자이너 트리나 터크 씨는 이 작품의 팜스프링스미술관 앞 설치에 반대하는 시민단체까지 꾸렸다.

이 단체는 팜스프링스에서 가장 중요한 20세기 중반 건물인 팜스프링스미술관 앞에 이런 동상을 세울 수는 없다면서 시(市) 측에 다른 입지를 구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먼로 동상 설치에 대해 팜스프링스시는 시의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된 사안이라면서 법적인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법원도 먼로 상을 팜스프링스미술관 앞 설치를 중단해달라는 이 단체의 가처분신청을 최근 기각했다.

먼로 동상의 설치 주체인 PS리조트 측은 이 작품이 팜스프링스의 다른 곳에 설치됐을 때 관광객들이 늘면서 지역 경제에 큰 도움이 됐다면서 코로나19 이후 관광객 유치에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터크 씨는 팜스프링스시를 상대로 먼로 동상의 설치 금지를 요구하는 추가 소송 제기를 검토 중이다.

이 작품은 과거에도 비슷한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다.

2011년 시카고의 파이오니어 광장에 전시됐던 이 동상은 “성차별적이고 상업적인 전시물”이라는 지적을 받고 조기 철거됐다.

메릴린 먼로의 대형 인물상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메릴린 먼로의 대형 인물상 [EPA=연합뉴스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