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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역사 방송국 폐국…”미국 라디오는 죽어가고 있다”

paul 1 month ago 1 minute read 0 comments

저널리즘 상징 CBS 뉴스 라디오 서비스 종료…”팟캐스트가 출퇴근길 점령”

지난 21일 CBS가 뉴스 라디오 서비스를 5월 22일부로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1927년 재즈 시대에 출범해 세계대전과 현대사의 격변기를 생생히 전해온 미국 라디오 저널리즘이 100년 역사를 마감한다는 소식이 미디어 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이 방송국은 전설적인 저널리스트 에드워드 R. 머로가 런던 옥상에서 나치의 폭격을 생중계하고, 케네디 대통령 암살 소식을 전하고, 루스벨트의 노변담화를 미국 거실로 실어 날랐던 매체다.

지난 5일에는 애틀랜타에 본사를 둔 큐물러스 미디어(Cumulus Media)가 챕터 11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전국 394개 방송국을 운영하는 미국 2위(방송국 수 기준) 라디오 기업이다. 애틀랜타 유명 방송국인 Q99.7, 99X, New Country 101.5, OG 97.9를 운영하는 회사다.

미디어 업계는 “두 사건은 우연이 아니며 라디오 산업의 구조적 붕괴가 임계점을 넘고 있다는 신호”라고 진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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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년을 지켜온 목소리, 5월 22일 사라져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CBS 뉴스 라디오의 종료는 단순한 사업 철수가 아니다.

CBS 방송 네트워크 자체의 출발점이 라디오였다. CBS 라디오 뉴스 최고 책임자였던 하비 네이글러는 “객관 저널리즘의 또 다른 목소리가 사라진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전 백악관 특파원 피터 마에르는 “우리는 미디어 혁명의 최신 희생자”라고 했다. CBS-TV의 전설적인 앵커 댄 래더(94)는 페이스북에 “CBS 뉴스 라디오의 종말은 내 마음을 아프게 한다”고 썼다.

CBS 뉴스 라디오가 사라지면 전국 700개 지역 방송국이 새로운 뉴스 공급처를 찾아야 한다.

CBS 뉴스 편집장 바리 와이스는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방송국들의 프로그램 편성 전략 변화와 어려운 경제 현실로 서비스를 지속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고 밝혔다.

◇ 숫자가 말하는 라디오의 황혼

한때 150억 달러 규모였던 미국 라디오 광고 시장은 코로나19 이후 약 90억 달러로 축소됐고 이후 계속 쇠퇴하고 있다.

미디어 브로커 버그너 앤 컴퍼니(Bergner & Company)의 마이클 버그너는 라디오 전문 매체 라디오 잉크(Radio Ink)에 “150억 달러로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택근무 확산으로 출퇴근 운전이 줄었고 운전 중에도 스포티파이와 애플뮤직, 팟캐스트가 라디오의 자리를 차지했다.

S&P 글로벌 분석가 저스틴 닐슨은 “대형 브랜드와 광고 대행사들이 예산을 스트리밍, 모바일, 소셜미디어로 이동시키고 있다”고 전문매체 라디오 월드(Radio World)에 밝혔다.

특히 젊은 세대는 라디오를 거의 듣지 않는다. 큐물러스 파산 신청 당일 회사 측 변호인은 텍사스 연방파산법원에 “소비자들이 스포티파이와 애플뮤직으로 이동하고 있다”면서 “라디오는 믿을 수 없는 역풍을 맞고 있다”고 말했다.

◇ 큐물러스, 그리고 오더시…대형기업 줄줄이 쓰러져

큐물러스의 이번 파산은 두 번째다. 2017년에도 챕터 11을 신청했고 2022년 겨우 구조조정을 마쳤지만 33개월 만에 다시 법원으로 돌아왔다. 부채는 약 7억 달러.

AJC 보도에 따르면 법원 서류는 원인을 간결하게 요약했다. “방송 라디오 업계 전반의 지속적인 수익 감소.”

업계 전체가 같은 처지다. 미국 최대 라디오 기업 아이하트미디어(iHeartMedia)는 2018년 파산했고 3위 기업 오더시(Audacy)는 2024년 1월 챕터 11을 신청했다.

이제 큐물러스까지 두 번째 파산이다. NBC는 2016년 이미 라디오 뉴스 브랜드를 상업 미디어에 넘겼다. CBS도 같은 해 117개 지역 방송국 매각을 시작했다.

전미방송인협회(NAB)는 2021년 FCC에 보낸 서한에서 “지난 2년간 거의 200개의 라디오 방송국을 잃었다”고 밝혔다. 그 이후에도 폐국은 계속됐다.

◇ 살아남는 라디오는 무엇이 다른가

CBS 뉴스 라디오 폐국 직후 업계에서는 라디오의 생존 방향에 대한 논의가 쏟아졌다.

라디오 월드는 “청취자들이 라디오를 떠난 게 아니라 획일화, 잡음, 차별성 없는 방송을 떠난 것”이라고 진단했다. 살아남는 방송국들의 공통점은 지역성과 인간적 목소리라는 것이다.

JVC 브로드캐스팅의 존 카라치올로 대표는 토커스(Talkers)지 기고에서 “월스트리트가 아닌 메인스트리트의 라디오”를 촉구했다. CBS 폐국은 수익성만을 쫓은 대형 미디어 기업들이 지역 정체성을 포기했을 때 어떤 결말을 맞는지 보여주는 사례라는 것이다.

공영 라디오 방송국 NPR은 다른 길을 걷고 있다. NPR 편집인 켈리 맥브라이드는 지난 19일 칼럼에서 “라디오를 듣는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공영 라디오의 생존은 라디오 밖에서 청취자를 늘리는 데 달려 있다”고 밝혔다.

NPR은 현재 스마트폰, 컴퓨터, 태블릿, 스마트 스피커를 통해 오디오 콘텐츠를 전달하는 시스템으로 전환 중이다. 라디오 방송을 넘어 디지털 플랫폼에서 지역 뉴스를 공급하는 구조로 진화하는 것이다.

상업 라디오도 디지털 수익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업계 조사 기관 보렐 어소시에이츠(Borrell Associates)에 따르면 라디오 업계의 디지털 수익은 2025년 23억 달러로 전체 수익의 24.4%를 차지했으며, 2026년에는 25억 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방송 광고 수익이 연 2.2% 감소하는 동안 디지털 수익은 연 8.3% 성장하고 있다. 큐물러스 역시 팟캐스트 네트워크를 운영하며 디지털 전환을 시도했지만 부채 부담을 이기지 못했다.

라디오가 살아남을 공간은 결국 지역이다. 라디오 월드는 “라디오의 가장 강력한 경쟁력은 실시간으로 지역과 연결되는 능력”이라며 스트리밍 서비스와 차별화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는 지역 밀착성과 살아있는 사람의 목소리라고 강조했다.

기자 사진

이상연 기자
paul@atlanta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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