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백인우월주의가 미국의 진짜 문제”

“의회폭동 원인은 트럼피즘의 해악 간과한 ‘상상력 빈곤'”

“현실 직시하고 인종주의 척결법 제정·소셜미디어 규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미국에 자아성찰과 현실인식이 절실하다고 시국을 진단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최근 발생한 의회폭동은 백인우월주의의 위험성에 대한 상상력 빈곤의 결과라고 11일 워싱턴포스트(WP) 기고에서 지적했다.

그는 2001년 9·11테러를 조사한 상원보고서의 비판 골자가 ‘상상력 실패’였다며 “2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또 다른 상상력 실패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폭력을 부추기는 대통령, 선동을 일삼는 의원들, 음모론자가 기승을 부리는 소셜미디어가 국가에 끼칠 해악을 간과했다는 설명이다.

클린턴 전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백인들이 지배하는 세상을 국정운영 비전으로 삼은 지도자로 규정했다.

그는 “트럼프는 어떤 것보다 백인우월주의에 더 큰 가치를 두는 비전을 갖고 출마해 백인우월주의자, 극우단체 조직원, 음모론자에게 사상 최강의 토대를 마련해줬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20년 대선에서 패배할 때까지 트럼프는 미국의 위험한 요소를 광기로 변질시켰다”며 “트럼프 지지자들은 내란을 계획하고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의회로 행진할 계획을 세우는 데까지 나아갔다”고 강조했다.

광적인 생각이 실제로 해악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은 의회폭동 전 미시간 주지사 납치 음모나 내슈빌 폭발 사건에서도 이미 확인됐다는 진단이 뒤따랐다.

클린턴 전 장관은 의회폭동 사태를 계기로 미국인들이 자신의 밑바닥에 있는 진실을 진지하게 되돌아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이자벨 윌커슨의 신간 ‘카스트’에 나오는 역사학자 테일러 브랜치의 질문을 화두로 인용했다.

“민주주의와 백인세상 가운데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얼마나 많은 이들이 백인세상을 고를까?”

클린턴 전 장관은 “의회폭동이 추한 진실을 다시 알려줬다”며 “다수가 인정하는 것보다 많은 미국인들이 백인세상을 선택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인종차별 상징물들이 버젓이 등장하는 의회폭동 사건을 많은 미국인이 예견하고 있었다는 점도 불편한 진실의 증거로 제시됐다.

클린턴 전 장관은 미국의 고질을 치유하고 국민을 화합할 첫 단추는 이런 현실을 정직하게 인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는 공직 퇴출이 필수이고 탄핵당해야 한다”며 “하지만 그것만으로 백인우월주의, 극단주의를 미국에서 제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백인우월주의자들을 추적하고 책임을 물을 새 형법을 제정하고 소셜미디어가 폭력적 언사와 음모론 확산을 막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미국은 불거진 사태에 대처하고 재발을 완전히 막을 상상력을 갖고 있다”며 “진정한 애국주의는 바로 이런 것”이라고 말했다.

의회폭동 사건으로 이어진 친트럼프 대선불복 시위[AFP=연합뉴스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