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합’의 동남부연합회, 분열 위기 맞았다

40여년 간 ‘가장 모범적인 미주 한인단체’ 자긍심

재정문제 놓고 전직 회장, 각 지역 한인회와 갈등

미주총연 참여 여부 ‘내홍’…차기회장 밀약설까지

지난 1981년 발족해 지난 41년간 미주 한인사회에서 가장 모범적인 한인단체로 자긍심이 높았던 미 동남부한인회연합회(회장 최병일)가 제40주년 동남부한인체육대회를 앞두고 위기를 맞고 있다.

동남부연합회가 주최하는 지역 최대 한인 축제인 동남부 체전에 소속 한인회의 절반 가량이 불참을 결정하고 전직 회장과 임원들의 문제 제기가 잇따르면서 분열의 조짐이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지적하는 연합회의 문제점은 불투명한 재정 운영과 분열단체인 미주총연 개입, 차기 회장 배후설 등이다.

제27대 회장을 역임한 손 환 전 회장은 18일 기자에게 보낸 성명을 통해 “동남부한인회연합회가 지난 40년간 미주총연 처럼 분열되지 않고 잘 운영돼온 것은 이사장이 차기 회장을 자동 승계하는 제도가 큰 역할을 했다”면서 “하지만 10여년 동안 연합회에 모습을 비추지 않던 전 한인회장 1명이 출마의사를 밝힌 가운데 그를 지지하고 회원 명부까지 건네줬다는 소문이 있다”며 최병일 회장을 겨냥했다.

손 전 회장은 “최 회장은 지난 15~17일 미주총연 행사에 참석하고 총연 인사들을 동남부 체전에 초청하느라 소중한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면서 “또한 재정보고가 제대로 되지 않아 전직 회장 등을 비롯해서 많은 인사들이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회의 서승건 특보는 단체 카톡방에 올린 글을 통해 “최근 최병일 회장과 회동한 박선근 초대회장이 체전을 위해 1만달러를 기부하기로 약속했지만 이를 취소한다고 연락해 왔다”면서 “최 회장이 라스베이거스 미주총연 모임에 참석하지 않기로 약속했지만 이를 어겼고 (미주총연과 합병하기로 결의한) 미주한인회장협회 인사들을 체전에 초청한 것에 대해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고 전했다.

서 특보는 이어 “차기 연합회장과 관련해 여러 소문이 돌고 있는 가운데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어거스타의 전 한인회장과 직접 통화를 했다”면서 “해당 회장은 최병일 회장에게 이미 출마 의사를 전했으며 격려까지 들었다고 밝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최 회장은 얼마전 공개 질의에 대해서 애매모호하게 답변했다”면서 “지난해 테네시 지역 한인회 사이의 불협화음을 공정하게 처리하지 못한 것이 현 사태의 발단이 됐다”고 지적했다.

조다혜 전 조지아한인회연합회장은 “연합회의 중요 사안이 극소수에 의해서만 결정되고 임원들조차 내용을 모르고 통보를 받는 허수아비로 전락했다”면서 “재정은 정확하다고 되풀이해서 주장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예산 지출에 대해 임원진과 의논한 적이 없고 은행 자료를 본 임원도 없다”고 주장했다.

조 전 회장은 “차기 회장 선출의 관례를 뒤집고 2개의 동남부연합회로 분열을 초래하려는 최병일 회장의 목적과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면서 “지도자의 편가르기 행위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잘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최병일 회장은 “차기 회장 문제는 경선이 가능한 회칙에 따라 원론적인 이야기를 한 것이지만 이사장이 차기 회장이 돼야 한다는 것에 개인적으로 찬성한다”면서 “하지만 출마자가 나오면 경선으로 갈 수 밖에 없고 7월에 선관위가 구성되면 정리가 될 문제”라고 답변했다.

미주총연 참여 문제에 대해서는 “박선근 초대회장과의 대화는 모두 공개할 수는 없지만 ‘아’다르고 ‘어’다른 수준이지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미주총연이 10여년만에 대통합을 이뤘기 때문에 환영하며 총연의 중추적 역할을 할 광역 연합회가 참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최 회장은 이어 “연합회가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제40주년 체전을 앞두고 사실이 아닌 문제를 흘리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행사를 훼손하는 행동을 중단하기를 바라며 행사 내역에 대해서는 집행부가 최종적으로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이상연 대표기자

동남부연합회의 문제를 지적한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