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교회 횡령액 113만달러…”어떻게 모를 수가…”

성환철 전도사 매년 20만달러씩 빼내…골드바 구입으로 덜미 잡혀

명세서 조작·보고 체계 단일화가 허점…교회 감사장치 부재가 원인

미국 서북미 최대 한인교회인 시애틀 형제교회에서 발생한 113만달러 규모 횡령 사건을 두고 “어떻게 매년 20만달러씩 빠져나갔는데도 아무도 알지 못했느냐”는 의문이 교계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형제교회는 16일 오후 공동의회를 열어 사역자 성환철(52) 전도사가 7년간 교회 자금을 빼돌린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교회 측은 사건의 경위와 조사 내용을 설명하며 향후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지난 여름성경학교(VBS) 준비 과정에서 교회 비즈니스 카드 사용 내역을 점검하던 중 코스트코에서 금(gold bar)을 구입한 기록이 발견되면서 드러났다.

그러나 교회 재정부에 보고된 명세서에는 금 구매 내역이 삭제돼 있었고, 원본 명세서와 제출된 명세서 사이에 차이가 있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의혹이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교회 조사위원회는 성 전도사가 2018년부터 7년간 총 113만6,866달러를 여러 방식으로 빼돌린 것으로 추산했다.

그 수법은 ▷비즈니스 카드 현금 인출 ▷개인 구매 후 허위 보고 ▷수수료 부풀리기 ▷금액 자체 조작 ▷교회 산하 계좌 간 이체 등 다양했다.

조사위원회에 따르면 성 전도사는 매년 20만달러 안팎의 금액을 반복적으로 빼냈지만, 다음과 같은 이유로 내부 통제가 사실상 작동하지 못했다.

우선 비즈니스 카드 명세서를 사역자 1인이 관리하고 편집본을 재정부에 제출하는 구조가 유지됐고 카드 원본 명세서와 제출 명세서를 정기적으로 대조하는 프로세스가 없었다는 것이다.

또한 감사위원회나 외부 회계 감사가 연례적으로 실시되지 않았고 교회 소유 계좌(‘빌딩2’ 계좌 등)에서 비즈니스 카드로 직접 체크를 보내는 방식이 사전에 차단되지 않은 점도 원인으로 지적됐다.

교회 관계자들은 “매년 수십만달러가 빠져나갈 수 있는 구조적 허점이 존재했다”는 점을 인정하며 재정 운영 시스템 전면 점검을 예고했다.

성 전도사는 코스트코에서 약 10만달러 상당의 금을 구입했으며 “개인적으로 변제했다”고 주장했지만, 실제 상환 기록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초기 횡령액은 2018년 약 6500달러 수준이었으나 조사에 따르면 2022년 이후 매년 20만달러 규모로 급증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작 방식이 고도화됐고, 교회 내 보고 체계가 이를 걸러내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형제교회는 사건 발견 후 성 전도사를 즉시 사임 조치하고 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 현재는 민형사 절차를 위해 외부 전문 변호사 선임을 진행 중이다.

권준 담임목사는 “일어나서는 안 될 재정 사고가 발생해 교인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며 “사역자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책임은 모두 내게 있다”고 말했다.

성 전도사는 워싱턴대(UW)에서 비즈니스를 전공했으나 MBA 과정은 졸업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식 신학교 졸업 요건도 갖추지 않은 채, 추후 신학 공부를 조건으로 ‘전도사’ 직분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재정·경력 검증 등 교회 행정 시스템 전반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본보 제휴사 시애틀 N 제공

시애틀 N 제공
시애틀 N 제공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