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1분기 ‘깜짝 실적’…”마냥 웃지는 못해”

SUV·제네시스 인기에 영업익 1.6조원…매출 8.2% 증가한 27조원

반도체 부족 사태 장기화 조짐…코로나 재확산 등 불확실성 지속

현대차가 제네시스와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의 ‘쌍끌이’에 올해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기록했지만 마냥 웃지만은 못하는 모습이다.

2분기에도 코로나19 기저효과로 글로벌 판매량은 작년 대비 증가하겠지만, 코로나19 재확산 우려에 따른 수요 회복 부진과 반도체 수급 차질로 인한 생산 차질,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현대차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과 매출액이 각각 1조6566억원과 27조3909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91.8%, 8.2% 증가했다고 22일 공시했다.

미국 시장에서 1분기 도매 판매는 3.6% 감소했으나 소매 판매는 29.0% 증가했다. 1분기 제네시스 브랜드 판매는 8천222대로 107.9% 늘었고, SUV 판매량은 11만5천827대(제네시스 포함)로 작년 동기 대비 46.4% 증가했다. 팰리세이드(9184대)와 코나(1만416대), GV80(1636대)의 지난달 판매량은 미국 출시 이후 월 판매 기준 역대 최다 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유럽의 경우 4분기 재개된 락다운(봉쇄) 영향으로 도매 판매는 작년과 비슷한 12만대 수준을 기록했으나 친환경차 중심 소매는 13.0% 증가했다. 인도는 도매와 소매 판매 모두 44.2%, 52.1% 증가해 회복세를 보였고 중국 역시 기저 효과로 도매는 47.8%, 소매는 2.7% 늘었다.

차종별로 보면 제네시스가 전체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년 1분기 1.8%에서 올해 1분기 4.3%로 크게 늘었다. 고수익 차종인 SUV의 경우 42.9%에서 44.3%로 비중이 증가했다. SUV와 제네시스의 판매 비중(48.6%)이 절반에 달하는 셈이다.

글로벌 도매 판매 증가와 제품 믹스 개선이 원달러 환율 하락 영향을 상쇄했다.

하지만 이 같은 호실적에도 이날 컨퍼런스콜에서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이어졌다.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차는 지난 7∼14일 코나를 생산하는 울산1공장이 전방 카메라 반도체 부족으로 가동을 중단한 데 이어 그랜저와 쏘나타를 생산하는 아산공장도 이달 들어 4일간 가동을 멈췄다. 현대차는 5월에도 생산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서강현 부사장은 “1분기에는 전사 차원에서 부품을 관리해 재고를 확보하고 생산 계획을 조정해서 생산 차질을 최소화했다”며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자동차 수요의 빠른 회복에 따라 반도체 부품이 조기 소진되고 있고 텍사스 한파와 일본 르네사스 화재 등 외부 요인으로 반도체 수급의 어려움은 예상했던 것보다 장기화할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대체소자 발굴 추진, 연간 발주를 통한 선제적 재고 확보, 유연한 생산 계획 조정 등을 반도체 수급난의 대책으로 내세웠다.

현대차는 코로나19 영향 지속, 원자재 가격 상승 등도 향후 어려운 경영환경의 요인으로 꼽았다.

현대차는 “1분기 판매 회복을 견인했던 인도, 중남미 등 신흥국에서의 코로나19 재확산세로 수요 회복 지속 여부가 불투명하며, 환율 변동성 확대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대외 요인은 경영 활동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차 양재동 사옥 [연합뉴스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