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참의장 “트럼프 동행 안했어야” 반성문

“군의 정치개입 인식 초래” 사과…트럼프 타격주며 파문

흑인사망 시위로 트럼프-군 수뇌부 갈등 임계점 넘은 듯

마크 밀리 합참의장이 지난 1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교회 앞 ‘성경 이벤트’에 병풍을 선 것과 관련, 잘못된 일이었다고 후회하며 ‘공개 반성문’을 썼다.

군의 정치적 중립성 위배 소지를 들어 공개로 사과하며 자성의 목소리를 내는 형식이었지만, 마크 에스퍼 국방부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시위진압을 위한 군 동원 방침에 반기를 든 데 이어 사실상 제2의 ‘항명 사태’에 준하는 것으로 볼 수 있어 작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에 따르면 밀리 합참의장은 11일(현지시간) 화상으로 진행된 국방대학교 졸업식 영상 메시지를 통해 “나는 그곳에 가지 말았어야 했다”며 “그 순간, 그러한 환경에서 내가 동행한 것은 군이 국내 정치에 개입한다는 인식을 불러일으켰다”고 말했다.

이어 임명된 군 당국자로서 실수로부터 배웠다면서 우리 모두 이로부터 배우게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덧붙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흑인 사망’ 시위 사태 진압을 위한 군 동원 방침을 밝혔다.

그는 기자회견 직후 경찰이 백악관 인근 라파예트 공원에서 평화적으로 시위를 하던 사람들을 최루탄 등으로 강제 해산시키며 터준 길을 가로질러 ‘대통령의 교회’라고 불리는 세인트존스 교회를 방문, 성경을 들고 서 있는 이벤트를 벌인 것으로 엄청난 역풍에 직면했다. 에스퍼 장관과 밀리 합참의장도 동행했다.

밀리 합참의장의 영상 메시지는 미리 녹화된 것이라고 미 언론이 보도했다. 그만큼 ‘작심 발언’이라고 볼 수 있다. 밀리 합참의장이 ‘성경 이벤트’ 동행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그는 모든 군 지도자들이 자신의 말과 행동을 사람들이 면밀하게 지켜본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면서 “나도 예외가 아니다”라며 성경 이벤트 동행을 거론, “이는 시민사회 내 군의 역할에 대한 격론에 불을 댕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우리 공화국의 본질에 깊이 뿌리박힌 ‘비정치적인 군’의 원칙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며 군의 정치적 중립성·독립성을 강조한 뒤 “이는 시간과 노력이 드는 일이지만 모든 이들이 날마다 이행해야 할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밀리 합참의장은 또한 백인 경찰의 가혹한 폭력에 희생된 조지 플로이드 사건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며 군이 인종 차별 이슈에 있어 중요한 진전을 이뤄냈지만, 흑인 출신 장교의 고위급 진출 문제를 비롯한 아직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날 찰스 브라운 장군이 상원 인준을 거쳐 흑인 출신 첫 공군 참모총장에 오른 일도 거론했다.

미 언론들은 밀리 합참의장의 이날 발언이 자신이 한 행사에 대한 어떠한 비판에도 민감한 대통령의 분노를 살 위험이 있다고 보도했다.

밀리 합참의장의 이날 ‘공개 반성문’은 시위 사태 대응을 둘러싸고 트럼프 대통령과 군 사이에 긴장이 최고조로 달한 가운데 나온 것이다.

에스퍼 장관과 밀리 합참의장은 지난 1일 백악관 오벌 오피스(집무실)에서 열린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연방군 1만명 투입’ 구상에 반대 목소리를 냈다고 미언론들이 보도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에스퍼 장관과 밀리 합참의장은 과거 노예제를 옹호하던 남부연합 장군의 이름을 딴 군 기지 명칭 변경에 대한 초당적 논의에 열려있다는 방침도 밝혔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검토조차 하지 않을 것”이라며 쐐기를 박은 상태이다.

한편 에스퍼 장관과 밀리 합참의장은 전날 민주당 소속의 애덤 스미스 하원 군사위원장의 질문에 대한 답변 형태로 보낸 서한에서 현재 수도 워싱턴DC에 머무는 현역 병력이 전무하며 민간인 상대 법 집행 목적으로 워싱턴DC 안으로 들어온 적이 없다고 확인했다.

이들은 서한에서 밀리 합참의장이 시위 사태 통제를 책임지고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앞선 설명과 달리 그렇지 않다면서 “합참의장의 역할은 대통령에게 최상의 군 관련 조언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한 ‘성경 이벤트’ 동행과 관련, “우리는 라파예트 광장과 세인트 존스 교회의 피해 상황을 살펴보고 복무 중인 주 방위군들과 만나 감사를 표하기 위해 도보에 동참했다”고 밝혔다.

마크 밀리 합참의장
(FILES) (Photo by Olivier DOULIERY / AF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