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후보 출마 볼리비아 대선, 1년만에 다시 치러져

혼란 피하려 개표도 ‘신중’…”최종 결과 수일 걸릴 수도”

좌파정당 후보 우세관측 속 양자 결선투표 열릴지 관심

남미 볼리비아의 새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18일 차분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볼리비아 최고선거재판소는 이날 9시간 동안 진행된 투표를 종료하고 곧바로 개표를 시작했다.

정치현 후보/기독민주당

 

후보들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겹쳐 팽팽한 긴장감 속에 치러진 선거였지만, 별다른 충돌 없이 차분하게 마무리됐다고 로이터 등 외신은 전했다.

상·하원의원 선거와 동시에 치러지는 이날 선거는 지난해 10월 대선이 부정 시비로 무효가 되면서 1년 만에 다시 치러지는 것이다.

당시 4선 연임에 도전한 에보 모랄레스 후보가 승리하는 결과가 나왔으나 석연찮은 개표 과정을 두고 곧바로 부정 의혹이 일면서 결국 선거 결과가 무효가 됐다.

2006년부터 집권했던 모랄레스는 거센 퇴진 압박 속에 지난해 11월 대통령직에서 물러나 현재 아르헨티나에 망명 중이고, 자니네 아녜스 임시 정부가 1년간 공백을 메웠다. 새 대선은 당초 지난 5월로 예정됐다가 코로나19 탓에 두 차례 연기됐다.

이번 대선에선 모랄레스가 이끄는 좌파 정당 사회주의운동(MAS)의 후보 루이스 아르세 전 경제장관과 지난해 대선에서 모랄레스와 경쟁했던 카를로스 메사 전 대통령이 1, 2위를 다투고 있다. 한국계 목사 겸 의사인 정치현 씨도 출마했다.

아르세 전 장관의 우세가 점쳐지지만, 1차 투표에서 당선을 확정할 수 있을지, 아니면 양자 결선 대결로 갈지가 관건이다.

볼리비아 대선에선 1차 투표에서 50% 이상 득표하거나, 40% 이상 득표하고 2위와 격차를 10%포인트 이상 벌린 후보가 나오면 바로 당선된다. 그렇지 않으면 1, 2위가 결선에서 맞붙는다. 올해 결선 투표는 11월 29일로 예정돼 있다.

결선으로 가면 우파의 반 모랄레스 표가 결집할 것으로 예상돼 메사 전 대통령이 더 유리해질 수 있다.

볼리비아에선 지난해 대선 이후 한 달 가까이 격렬한 시위가 이어졌는데 올해 선거에서도 누가 당선되든 결과에 조금이라도 미심쩍은 부분이 있으면 지난해와 같은 혼란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차 투표 결과의 윤곽이 잡히기까지 길게는 며칠까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지난해엔 선거당국이 투표 당일 미리 신속 전자개표 결과를 공개했는데, 신속 개표 결과가 실제 개표 결과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올해는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기 위해 이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작년의 경우 신속 개표 초반 결과에선 모랄레스 전 대통령의 당선 확정이 어려운 득표율이었다. 그러나 신속 개표 상황이 돌연 비공개로 전환되고 24시간 후에는 모랄레스의 득표율이 확 늘어난 결과가 나오면서 부정 논란을 촉발한 바 있다.

곧 물러나는 아녜스 임시 대통령은 이날 국민을 향해 “어떤 폭력도 없이 인내심을 갖고 선거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며 “신뢰할 만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보장한다”고 말했다.

볼리비아 대선 후보 아르세(왼쪽)와 메사 [AF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