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에 어린이 수백만명 전화번호 노출

영국신문 보도…계정용도 전환, 연령 인증에 허점

그루밍-성범죄 등 노출 위험…페이스북 대상 조사

인스타그램에서 미성년자 수백만명의 개인 연락처가 유출된 정황을 잡고 아일랜드 당국이 조사에 착수했다고 영국신문 텔레그래프가 18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아일랜드데이터보호위원회(DPC)는 인스타그램에서 18세 이하 이용자의 전화번호와 이메일 주소가 공개됐다는 제보에 대한 2건의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이 이번 사건에서 유럽연합(EU)의 데이터보호법을 위반한 것으로 밝혀지면 모기업 페이스북은 거대한 재정타격을 받을 수 있다.

DPC는 EU와 영국에서 페이스북을 규제하는 기관으로서 데이터보호법에 따라 과징금 수십억 달러(수조원)를 부과할 권한을 갖고 있다.

이번 조사는 인스타그램의 연락처 공개 때문에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그루밍(길들이기) 범죄나 해킹에 노출된다는 주장에 따라 지난달에 시작됐다.

인스타그램 사용자들은 누구나 개인계정을 기업 용도로 바꿀 수 있다. 그렇게 하면 자기가 올린 사진이나 영상이 얼마나 인기가 있는지 통계수치로 확인하는 이점이 있다.

그러나 기업용으로 전환하면 사용자의 신상정보가 공개돼 누구나 연락처를 보고 인스타그램 밖에서 접근할 수 있게 되는 위험이 뒤따른다.

인스타그램은 최근까지 모든 기업용 계정에서 전화번호와 이메일 주소가 공개되도록 했으며 사용자들에게는 선택권이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사용자가 실제로 기업을 운영하는지 인증하는 절차도 없어 아무나 기업용 계정을 개설할 수 있었다.

인스타그램을 사용할 수 있는 최저 연령은 13세이지만 나이 인증도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영국의 정보통신 규제기관인 오프컴(Ofcom)에 따르면 영국의 8∼12세 어린이 가운데 20% 정도가 인스타그램을 쓰고 있다.

인스타그램의 이 같은 허점을 가장 먼저 지적한 미국의 데이터 학자인 데이비스 스티어는 어린이 50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을 수 있다고 추산했다.

텔레그래프는 EU 데이터보호법에 따라 연간 매출의 4%가 과징금으로 부과된다고 볼 때 이번 사안으로 페이스북이 물 수 있는 최대 과징금은 산술적으로 57억 달러(약 6조5천억원)에 달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