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 한국, 미사일주권’ 42년만에 완전회복

문대통령 “미사일지침 종료”…중장거리 탄도미사일 개발가능.

1천km 이상 탄도미사일·SLBM 개발할듯…미, 대중견제 포석

한국군의 미사일 개발에 있어 ‘족쇄’로 여겨졌던 한미 미사일지침이 42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미사일 사거리 제한 완전 해제로 ‘미사일 주권’을 온전히 회복하게 된 한국은 사거리에 구애받지 않는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군사 정찰 위성을 수시로 쏘아 올릴 수 있는 우주로켓 기술도 더욱 진전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백악관에서 열린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 직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기쁜 마음으로 미사일 지침 종료 사실을 전한다”고 밝혔다.

1979년 한미 합의로 미사일 지침이 설정된 이후 42년 만에 ‘완전 종료’를 선언한 것이다. 이로써 한국군의 미사일 개발 족쇄와 같았던 ‘최대 800km 이내’로 설정된 사거리 제한이 완전히 풀렸다.

미사일 사거리 제한 해제에 따라 이론적으로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도 가능하다. 그러나 한국은 사거리 1천~3천㎞ 중거리 미사일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에 집중할 것이란 전망이 현재로선 더 많다.

군과 정부가 SLBM을 탑재한 핵잠수함 개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조건도 갖추게 된다.

사거리 1000km 탄도미사일은 제주도에서 북한 전역이 사정권에 들어오게 된다.

중국 베이징과 일본 도쿄 등이 사정권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사거리 2천km 이상이면 중국 내륙까지 도달할 수 있다.

한국군은 이미 세계 최대급 탄두 중량을 자랑하는 ‘괴물 미사일’ 현무-4 개발에 성공한 만큼 이론상 탄두 중량을 줄이면 단시간 내 사거리를 늘릴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현무-4는 사거리 800㎞일 때 탄두 중량은 2t, 사거리 300㎞일 때 4~5t 이상의 탄두를 장착할 수 있다. 그러나 탄두 중량을 500㎏ 이하로 줄이면 사거리가 2천㎞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군사위성 발사용 우주로켓 개발 등 우주군사력 관련 기술력 확보의 초석도 마련될 것이란 기대도 있다.

작년 7월에는 4차 개정을 통해 우주발사체에 대한 고체연료 사용 제한이 철폐되면서 고체연료 우주로켓 개발이 가능해졌다. 강력한 고체연료 우주발사체를 통해 정찰위성을 독자적으로 발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번 미사일 사거리 제한 해제가 아태지역에서 중국의 군사력 팽창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국이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개발해 실전 배치하게 되면 미국은 직접 한반도에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하지 않고도 중국과 러시아 견제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내에서는 중국을 겨냥한 중거리 미사일을 한국과 일본 등에 배치할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 바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한미 간의 이번 합의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 반발 가능성을 거론하기도 한다.

한미 미사일지침은 미국으로부터 미사일 기술을 이전받는 대신 ‘최대 사거리 180㎞, 탄두 중량 500㎏ 이내’로 제한하기로 하면서 만들어졌다.

그러나 북한 핵·미사일 위협이 점증하면서 미사일지침에 따른 제한은 사거리와 탄두 중량 상한선을 늘리는 방향으로 차츰 완화됐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두 차례의 개정이 이뤄졌다. 2017년 11월 탄도미사일의 사거리를 800㎞로 하되 탄두 중량 제한이 완전히 해제되어 사거리 800km, 탄두 중량 2t의 괴물 미사일로 불리는 현무-4가 개발됐다.

지난해 7월에는 우주발사체에 대한 고체연료 사용 제한을 해제하면서 고체연료 로켓 개발을 통한 독자 정찰위성 등 민간 우주개발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여러 차례 개정에도 남아있던 사거리 제한은 한국군의 탄도미사일 개발에 걸림돌로 작용해왔다.

이에 따라 미사일 지침 해제 문제는 역대 정부에서도 숙원 사업으로 꼽혀왔다.

최근 동북아 정세가 복잡해지고 북한이 ICBM과 SLBM 개발 등 핵·미사일 위협을 고도화하면서 사거리 제한 해제 필요성이 지속 제기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