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부 “불판위에 칸막이”…고깃집 ‘비상’

불판에 고기굽는 음식점은 리모델링 아니면 설치 어려워

전문가 “스타벅스처럼 밀집도를 낮추면 장기적으로 효과”

한국 방역당국이 음식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대책으로 언급한 ‘식사시간 2부제’와 ‘식탁 위 칸막이 설치’에 대해 고깃집을 운영하는 식당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고기를 굽는 식당은 구조상 식탁 위에 칸막이를 설치하는 게 불가능한데다 식사시간 2부제 역시 매출 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칸막이 설치 비용을 지원하더라도 실익이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광산소방서 직원들이 칸막이가 설치된 구내식당에 대각선으로 앉아 점심식사하는 모습.(광주 광산소방서 제공). 방역당국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일반음식점에도 칸막이를 설치하는 방역대책을 검토 중이다./뉴스1

◇”불판에 고기 굽는데 칸막이 어떻게”…”리모델링 할 수밖에”

코로나19 감염자가 속출하는 장소로 주점과 함께 식당이 주목을 받으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새로운 방역대책 수립에 나섰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 24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식사시간 2부제 △옥외영업 확대 △배달과 포장 권장 △식탁 위 칸막이 설치와 1인상 제공 등을 제안했다.

이 발표에 따라 식약처는 세부방안을 마련 중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음식점 방역대책은) 이제 막 논의를 시작한 단계로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기까지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을 아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관계자도 “현재 정부로부터 관련 공문이 접수되지 않았다”며 “지금으로서는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공개된 내용대로라면 방역당국과 식약처는 밀폐 및 밀집도를 낮추는 쪽으로 식당 영업을 유도할 계획이다. 그중 가장 눈에 띈 대목이 식사시간 2부제와 칸막이 설치다. 현재 고속도로 휴게소나 공공 급식소, 학교 급식 식당 등은 칸막이를 설치해 운영 중이다. 이를 민간 음식점으로 확대하겠다는 게 방역당국 구상이다.

칸막이 설치는 식사 과정에서 비말(침방울)이 튀어 코로나19가 전파되는 것을 막는 용도다. 방역당국은 칸막이 설치비용을 식품안전기금을 통해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25일 기자들과 만나 “음식점 칸막이 설치 비용은 약 2000억원 규모 식품안전기금을 통해 지원하는 내용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기금 사용에 대한 자세한 내용과 방식은 식약처에서 검토가 이뤄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음식점 식탁에 칸막이를 설치하는 것은 사실상 혼밥(혼자 밥을 먹는 것)을 권장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식당마다 온도차가 존재한다. 양꼬치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동민(40)씨는 “꼬치 전문점은 식탁 구조상 불을 피우기 때문에 칸막이 설치는 애초에 불가능하다”며 “식사시간 2부제 역시 불판에 고기를 굽는 음식점에 적용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반응이 많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칸막이 설치는 리모델링이 아니면 어렵고, 설치 비용을 지원하는 대상도 일부 식당만 가능할 것 같다”며 “정부 방역대책이 권고인지 아니면 강제력을 담보하는 것인지 명확한 기준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밀집도 낮춘 스타벅스 주목”…음식점도 고통분담 없으면 소탐대실

그동안 일반음식점은 일상에 꼭 필요한 시설이라는 점에서 유흥주점과 PC방 등 고위험 시설보다 관대한 조치를 받아온 게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식당에서도 감염 전파 사례가 속속 발생하면서 더는 안심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다.

그렇다고 식당 전체를 고위험 시설로 지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그 대안으로 일명 스타벅스 모델을 제안하고 있다. 해당 커피전문점은 코로나19 유행 이후 좌석 수를 줄이고 고객이 한 방향을 바라보도록 실내 구조를 바꿨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 ‘뉴 노멀’로 인해 모든 사람들이 고통을 감내할 수밖에 없다”며 “식당도 밀집도를 낮추는데 협조해야 장기적으로 감염병 유행을 억제하고 영업에도 타격을 덜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스타벅스 등 일부 커피전문점이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밀집도를 낮춘 조치를 먼저 시행한 것은 장기적 관점에서 효과적인 대응”이라며 “밀집도를 낮춰 다소 매출이 줄겠지만 아예 문을 닫는 것보다 훨씬 이득이 크므로 일반 음식점도 고통 분담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전국 음식점 수는 최소 70만여개로 추정되고 있다. 전국 지차체를 통해 일일이 음식점이 방역수칙을 지키는지 점검하는 것도 어렵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방역수칙을 따르도록 유도하는 방안이 실효성이 크다는 진단이 많다.

경기도 수원시청 구내식당에서 직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예방하기 위해 칸막이 사이로 점심을 먹고 있다./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