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서 30여년만에 아시아계 차별 청문회

한인 등 아시아계 의원·전문가·한인배우 대니얼 대 김 등 대거 증인 출석

애틀랜타 총격 희생자 묵념으로 시작…공화 의원 ‘린칭’ 연상 발언 논란

연방 하원에서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집중 조명하는 청문회가 18일 열렸다.

하원에서 이런 청문회가 열린 것은 30여년만이라고 미 언론은 전했다. 애틀랜타 총격 사건 피해자에 대한 묵념으로 시작된 청문회에는 한국 등 아시아계 여성 의원들이 여럿 나와 폭력 근절을 강조했다.

연방하원 법사위 헌법·민권·시민적자유 소위원회는 이날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주제로 청문회를 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맞물려 아시아계에 대한 차별과 폭력이 급증하는 가운데 미리 잡힌 청문회였는데 이틀 전 애틀랜타 총격 사건 발생으로 더욱 이목을 끌었다.

민주당 소속인 스티브 코언 소위원장은 애틀랜타 총격 희생자를 위한 묵념으로 청문회를 시작했다.

그는 “상처받고 두려움을 느끼는, 미국에서 누가 신경이나 쓸지 의문스러워하는 모든 아시아계 미국인에게 분명히 하고 싶다. 의회가 여러분을 보고 있고 우리가 여러분과 함께 하며 여러분을 보호하기 위해 권한 내에서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했다.

청문회에는 한국계인 영 김·미셸 박 스틸, 중국계인 주디 추, 대만계인 그레이스 멩 하원의원과 태국계인 태미 덕워스 상원의원 등 이번 총격 사건으로 희생된 아시아계 여성 6명과 같은 숫자의 여성 의원들이 증인으로 나왔다.

김 의원은 애틀랜타 총격 사건이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폭력과 공격이 늘어나는 시점에 발생했다고 지적하면서 “아시아계 미국인 사회에 대한 증오와 선입견, 공격은 용납할 수 없고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종이나 배경이 어떻든 우리는 모두 미국인이다. 아시아계 미국인은 미국인”이라고 부연했다.

미셸 박 스틸 의원은 “지난해 아시아계를 상대로 한 언어적·물리적 괴롭힘과 차별 신고가 (민간단체에) 4천 건 가까이 들어왔다”면서 “이는 근절돼야 하며 증오와의 싸움은 당파적 사안이 아니다”라고 했다.

청문회에는 인기 드라마 ‘로스트’와 ‘ER’ 등에 출연해 이름을 알린 한국계 대니얼 대 김도 나와 여론조사원에게서 아시아계는 통계적으로 의미가 없다는 얘기를 들었던 일화를 소개하며 “말 그대로 우리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지금, 그리고 몇달간 일어나는 일이 우리가 중요한 사람들인지 아닌지, 우리가 보금자리로 부르는 국가가 우리를 묵살할 것인지 존중할 것인지 후대에 메시지를 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문회에서는 공화당 칩 로이 하원의원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라면서 과거 흑인을 상대로 이뤄진 초법적 폭력을 뜻하는 ‘린칭’을 연상시키는 발언까지 해 논란을 부르기도 했다.

민주당 의원들을 비롯해 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한 전문가들에게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중국 비하 발언이 아시아계에 대한 폭력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 표현의 자유를 들어 항변한 셈이다.

멩 의원은 로이 의원을 겨냥, 목 멘 목소리로 “이 청문회는 해결책을 찾기 위해 상처와 고통을 다루는 것이고 우리는 당신이 우리의 목소리를 빼앗아 가도록 놔두지 않겠다”고 발언해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청문회 화상 참석한 영김 의원 [청문회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