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항생제 부작용 겪었어도 백신 접종 가능?

백신에 포함된 성분으로 인한 중증 알레르기 아니면 대부분 가능

PEG·폴리소르베이트 중증 알레르기 경험자는 특정 백신 피해야

“항생제 복용 중인 사람이라도 코로나 백신 접종 해도 무방하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CG)
코로나19 백신 접종 (CG) [연합뉴스TV 제공]

코로나19 백신 접종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아직 완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특히, 과거 특정 약물에 부작용을 겪은 이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며 백신 접종에 대해 정확한 지침을 요구하기도 한다.

지난 11일 서울대(SNU) 팩트체크센터 홈페이지에는 “오구멘틴 계열 항생제 복용 뒤 온몸에 두드러기 증상을 보인 적이 있다”면서 “항생제에 부작용을 경험한 사람들이 백신을 맞아도 문제가 없는지 팩트체크 해달라”는 글이 올라왔다.

◇PEG·폴리소르베이트에 중증 알레르기 이력 있으면 백신 ‘가려 맞아야’

우선, 특정 약물에 심각한 부작용을 겪은 적이 있다면 식품의약품안전처나 각 백신 제조업체 홈페이지 등에 공개된 코로나19 백신 성분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백신 성분 중 과거 자신에게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한 것이 있다면 해당 백신 접종은 피해야 한다.

질병관리청(이하 질병청) 관계자는 “PEG 성분에 중증 알레르기 반응 이력이 있는 경우에는 화이자, 모더나 백신 접종 금지 대상에 포함되며, 폴리소르베이트에 중증 알레르기 반응을 겪은 경우 아스트라제네카(AZ), 얀센 백신 접종 금지 대상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PEG는 대장 내시경용 장 세척제, 렌즈 점안액, 치약, 화장품 등에도 널리 사용되는 계면활성제의 일종인데,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방식인 화이자와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에 첨가제로 포함돼 있다.

또 비누나 화장품의 계면활성제, 구강세척제, 식품 유화제 등에 널리 활용되는 폴리소르베이트는 바이러스 벡터 계열인 AZ와 얀센 백신 첨가제의 일부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PEG와 폴리소르베이트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 이력이 있는 경우 백신 접종에 주의하라고 권고한다.

CDC는 PEG에 중증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 적이 있으면 얀센 백신을, 폴리소르베이트 알레르기 반응 이력 보유자의 경우 mRNA 방식 백신을 각각 접종하도록 의사에게 요청할 것을 안내하고 있다.

질병청 관계자는 “해당 성분에 알레르기 반응 이력이 있는 경우 반드시 의사와 상담 뒤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러한 성분에 부작용을 겪었더라도 아나필락시스나 호흡 곤란과 같은 중증 알레르기 반응이 아니었다면 접종 뒤 30분간 몸 상태를 관찰하는 등 주의를 기울이되 접종을 기피할 것까지는 없다는 게 질병청의 설명이다. 아나필락시스는 특정 물질을 극소량만 접촉해도 전신에 즉각적으로 증상이 나타나는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을 뜻한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백신 접종 지침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백신 접종 지침

PEG나 폴리소르베이트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 적이 있는 경우, 의사와 상담해 해당 성분이 포함되지 않은 백신을 접종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출처: 미 CDC 홈페이지]

◇전문가들 “과거 항생제 부작용 있었어도 부작용 원인 물질이 접종할 백신 구성물 아니면 접종 가능”

전문가들도 과거 약물 부작용을 일으킨 물질이 특정 코로나19 백신의 성분이 아닌 이상, 대부분 경우 백신 접종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백신 성분에 대해 문제가 없다면 접종해도 상관이 없다”며 “일반적으로 알레르기 체질이나 두드러기 반응은 원인물질이 백신 성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백신 접종을 앞두고) 항생제 먹고 설사하거나 발진이 생긴 경우라도 백신접종이 금기는 아니다”라면서 “백신을 접종하면 안 되는 경우는 1차 백신 접종 뒤 이상 반응이 있거나, 접종 당일 몸 상태가 매우 안 좋거나, 과거 백신 접종 뒤 혈전이 생긴 적이 있는 분들”이라고 덧붙였다.

김신우 경북대 감염내과 교수도 “백신에 들어간 물질과 항생제에 들어간 물질이 전혀 다르다”며 “(백신을 접종해도) 괜찮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항생제 복용 뒤 발진이 있었다거나 속이 안 좋았다는 정도의 부작용이었다면 백신 접종에 문제가 없다”며 “혹시 너무 걱정되거나 알레르기 체질이라면 (접종 뒤) 조금 더 잘 관찰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다만 “체질적으로 아나필락시스나 아나필락시스양 반응이 우려되는 경우에는 (백신 접종을) 피하는 게 현실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나필락시스양 반응은 아나필락시스로 진단하기에는 다소 가벼운 증상을 나타내는 것으로, 접종 후 2시간 이내에 호흡곤란이나 두드러기 등의 증상이 나타난 경우를 의미한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 (PG)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 (PG) [홍소영 제작] 일러스트

◇항생제-코로나 백신 서로 영향 없어…”복용 중이라도 접종 가능”

한편, 항생제와 코로나19 백신은 서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 만큼 항생제를 복용 중이라고 해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기피할 필요는 없다.

일반적으로 항생제는 코로나19와 같은 바이러스가 아닌, 세균 감염으로 인한 질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데 쓰인다.

항생제 내성 연구 지원 기관인 영국 항생제 연구소(Antibiotic Research UK)는 홈페이지에서 “코로나19 백신은 몸의 면역시스템이 코로나바이러스를 찾아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싸울 수 있도록 돕지만, 항생제는 몸에 감염을 일으키는 ‘박테리아’를 죽이는 것이어서 코로나바이러스나 백신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며 “항생제 복용 중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해도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미국 비영리 의료단체인 전국감염병재단(NFID)도 “항생제와 코로나19 백신 사이에는 서로 영향이나 상호작용이 없다”며 “코로나19 백신 접종 시기와 상관없이 항생제를 복용해도 된다”고 권고했다.

미 CDC 역시 이러한 이유로 “항생제를 복용하고 있다고 해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미루지 말라”고 안내하고 있다.

한국 보건복지부도 홈페이지에서 ‘항생제가 코로나19의 예방이나 치료에 도움이 되는지’를 묻는 말에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발생하므로 항생제로는 코로나19에 효과가 없다”며 “하지만 코로나19 중증 환자에게 합병증으로 2차 세균 감염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세균 감염을 예방하거나 동반된 세균 감염을 치료하기 위해 항생제를 사용할 수 있다”고 답했다.

정리하면 항생제 부작용을 겪었더라도 대부분의 경우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할 수 있다. 다만, 코로나19 백신 성분, 특히 PEG나 폴리소르베이트에 아나필락시스나 호흡 곤란과 같이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 적이 있다면 백신 접종에 유의해야 한다. 의사와 상담 뒤 해당 성분이 포함되지 않은 백신을 접종하거나 접종을 보류해야 한다.

또한, 항생제와 코로나19 백신은 서로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 항생제를 복용한다는 이유만으로 백신 접종을 미룰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