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19일 오클라호마서 유세 재개

유세일은 ‘노예해방기념일’…장소는 최악 인종폭력 역사 지닌 도시

흑인 지도자들과 원탁회의 예정…백악관 “경찰개혁안 마무리 단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중단했던 대형 유세를 다음주부터 다시 시작한다고 10일 밝혔다.

외신과 백악관 풀 기자단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흑인 지도자들과 가진 라운드테이블 행사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내주 금요일(19일)에 오클라호마주 털사에 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클라호마에서 시작해 플로리다와 애리조나, 노스캐롤라이나주로 향하고 이들 지역에서도 더 많은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면서 텍사스도 유세 지역으로 언급하는 등 총 5개 주를 거론했다.

플로리다와 애리조나, 노스캐롤라이나주의 경우 이번 대선에서 중요한 승부처로 꼽히는 대표적 경합주이기도 하다.

오는 11월3일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지난 3개월간 대형 유세를 중단했다가 재개한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유세 재개일과 관련, 19일은 흑인 노예제도가 종식된 ‘노예해방 기념일’이라고 전했다.

이날은 1865년 미국 남북전쟁 종전 후 텍사스에서 마지막 흑인 노예가 해방된 날을 기념하는 일명 ‘준틴스데이'(Juneteenth Day)다.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은 1863년 1월 1일을 기해 노예 해방을 선언했지만, 남부연합 소속으로 연방군과 맞섰던 텍사스주에선 2년 반이나 지나 미국에서 가장 늦게 해방령이 선포됐다.

WP는 이 기념일이 대부분의 주에서 인정되며 연방 공휴일로 삼아야 한다는 요구도 있었다면서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유세일을 이날로 정한 것이 의도적이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또 WP는 유세 첫 장소인 털사와 관련해선 “미 역사상 최악의 인종 폭력 사건이 1921년 털사에서 발생했다”며 당시 백인 폭도들이 수십 명의 흑인을 살해하고 수백명을 다치게 했다면서 “트럼프 캠프가 털사를 택한 것은 이 도시의 역사를 고려할 때 의아하다”고 전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흑인 지도자들과의 만남은 백악관이 전날 공지한 대통령 일정에 없었지만, 오후 늦게 마련됐다.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관의 가혹행위에 숨진 이후 인종 차별적 법집행에 항의하는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성난 흑인 민심을 다독이는 차원의 행사로 보인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형사사법 개혁, 흑인을 위한 경제 지원 등에 대해 언급했다.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플로이드가 경찰의 가혹행위에 숨진 후 불거진 경찰 개혁 요구와 관련, 경찰 개혁안에 대해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매커내니 대변인은 경찰 개혁에 대한 행정부의 계획이 최종 수정 단계에 이르렀다면서 가까운 시일 안에 공개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경찰관의 직무수행 도중 이뤄진 행위에 대한 면책특권을 줄이는 데 대해선 “애초 성공할 가능성이 없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은 경찰의 공권력 행사 과정에서 벌어진 폭력 등에 대한 면책특권을 제한하고 피해자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 담긴 경찰 개혁법안을 최근 발표했다.

매커내니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트윗에서 인종차별 항의 시위 도중 경찰에 밀려 넘어져 다친 70대 노인을 향해 ‘설정’이라는 식으로 음모론을 주장하고 극좌세력 ‘안티파’ 선동가라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서도 “대통령은 그런 질문을 할 권리가 있다”고 엄호했다.

흑인 지도자들과 만나 대화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EPA=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