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10월의 백신 깜짝쇼’ 가능할까?

폴리티코 “3개월 내 검증된 백신 개발 가능성, 거의 없어”

백신 후보 물질을 잠재적 ‘게임 체인저’로 이용할 수 있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대선을 앞두고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옥토버 서프라이즈(10월 깜짝쇼)’가 될 것이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계산이 들어맞지 않을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고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가 23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검증된 코로나19 백신 개발은 전세계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뿐 아니라 미국에 상당한 정치적 파급효과를 불러오기 때문에 오는 11월 3일 재선 도전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백신 개발에 공을 들여왔다.

◇’초고속 작전’에 수십억 달러 투입

트럼프 행정부는 일련의 고무적인 초기 결과에 들떠서 3개월 안에 코로나19 백신 출시를 위한 토대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백악관은 백신 제조 프로젝트인 ‘초고속작전(Operation Warp Speed)’이 궁극적으로 성공을 거둘 것이란 기대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 부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 재개된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브리핑에서 “우리는 백신에 무척 가깝게 와있다”며 “우리는 좋을 결과를 듣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수개월 간의 암울한 소식 속에서도 집착해온 희망이며, 동시에 백악관이 과학적인 과정을 정치적 화약고로 바꿔놓을 수 있다고 우려해온 수많은 연구원들을 불안하게 하는 요인이기도 하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선거일까지 백신 개발 가능성 거의 없어

폴리티코는 선거일까지 미국이 입증된 백신을 개발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 백신 전문가들의 의견이지만, 선두에 있는 백신 개발 업체들은 오는 10월 말까지는 효과의 징후를 보이기 시작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해당 후보 물질을 잠재적 ‘게임 체인저’로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폴리티코는 진단했다.

필라델피아 아동병원 백신 교육센터의 폴 오피트 소장은 백악관이 초기 임상 결과만으로 백신 개발 성공을 알릴 가능성에 대해 “완벽하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이는 실수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코로나19 백신과 관련해서 미 바이오기업 모더나 그리고 미 제약업체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텍이 공동 개발 중인 백신 후보 물질이 가장 선두에 있다. 이들 업체는 이달 말쯤 다수의 환자를 대상으로 백신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증명하는 임상 3상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세번째 후보인 옥스퍼드대와 제약업체 아스트라제네카는 다음 달에 임상 3상을 시작한다. 이들은 3억명 분량의 백신을 공급하기 위해 연방정부로부터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 이상을 지원받았다. 중국의 칸시노바이오로직스는 이미 3상에 돌입했지만, 미 정부와는 어떤 협약도 맺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임상 3상이 완료되는 데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달 미 식품의약국(FDA)의 지침에 따르면 백신이 승인받기 위해선 최소 50%의 효과가 입증돼야 한다. 폴리티코는 트럼프 행정부는 안전성 확인 절차를 무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해왔지만 임상 3상 완료 전에 과정을 생략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놨다고 전했다.

◇백악관 “역대 가장 빠른 임상 개시”

주드 디어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어떤 백신도 “효과와 안전성을 확실히 하기 위해 철저히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역대 가장 빠른 임상 개시”에 대한 정부의 방침도 자랑했다. 그러면서 공식 승인 전 백신 유통에 대해 백악관이 우려하고 있는지에 대해선 답변하지 않았다.

뉴욕 웨일 코넬 의과대학의 존 무어 미생물·면역학 교수는 “이것은 우려할만한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을 2% 높일 것이기 때문이 아니고 우리가 ‘재앙적 실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며 “10월엔 어떤 것이든 정치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자들이 지금까지 새로운 백신을 개발한 가장 짧은 시간은 4년이다. 오피트는 “나는 명칭이 바뀌길 바라지만 정부가 ‘초고속작전’을 벌이는 것 그 자체는 옳다고 생각한다”며 백신을 신속하게 개발하는 데 강조점을 두게 되면 과학적 근거가 의심을 받을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다른 이들은 1차 코로나19 백신이 유효성이 떨어질 수도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즉, 트럼프 대통령이 오랫동안 약속해온 전방위적 “치료”와는 여전이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무어 교수는 “짧은 시간에 놀랄만한 양의 일이 이뤄졌고, 현재까지 많은 것이 잘못되지 않았다”며 “다들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가장 힘든 단계는 아마 아직 오지 않았을 것이다. 현실 세계에서 계획보다 더 빨리 진행되는 것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최근 몇주 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참모들은 백신이 제 시간에 도착할 것이라는 낮은 가능성을 거론하며, 트럼프 대통령으로 하여금 보다 직접적인 조치에 다시 초점을 맞추고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보다 주도적인 역할을 맡을 것을 촉구해왔다.

코로나19 실험용 백신 [로이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