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활용법’ 찾아낸 공화당, 11·2 선거 판정승

불가근 불가원 전략 유효…민주당 ‘반트럼프 구호’ 한계 드러내

미국의 11·2 미니선거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영향력이 건재함을 확인한 계기다.

공화당에는 ‘트럼프 파워’를 적절히 활용할 방법을 제시했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에는 ‘반 트럼프’ 정서에만 기댄 선거전이 더는 유용하지 않다는 뼈아픈 교훈을 남겼다.

버지니아와 뉴저지 2곳의 주지사 선거전으로 대표된 이번 선거는 ‘바이든과 트럼프의 대리전’이라는 수식어가 내내 나왔다.

뉴저지 역시 88% 개표 기준 민주당과 공화당 후보가 각각 49%대 득표율로 초박빙 승부를 이어간다. 텃밭으로 여기며 낙승을 기대한 민주당으로선 당혹스러운 상황일 수밖에 없다.

1년 앞으로 다가온 내년 11월 중간선거에서 의회 권력 탈환을 노리는 공화당으로선 ‘트럼프 활용법’을 알아낸 것이 무엇보다 큰 성과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각종 여론조사상 공화당 지지층에서 압도적인 지지율 1위를 달리지만, 승부처인 부동층에서 상당한 반감을 보인다는 점이 맹점이다.

선거 승리를 위해 부동층 표심까지 흡수해야 하는 공화당 입장에선 트럼프 지지층만 믿고 선거를 치를 수 없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버지니아의 글렌 영킨 후보와 뉴저지의 잭 시아타렐리 등 두 공화당 후보가 트럼프와 가까이도, 멀리도 하지 않는 ‘불가근 불가원’ 전략을 취한 것이 효과를 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영킨 후보는 트럼프의 지지를 받는 인물이라는 점을 알리면서도 선거 유세에 직접 참여하는 것은 막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신 자신의 핵심 지지층에 이메일과 문자 메시지를 보내 투표 참여를 독려했고, 핵심 이슈도 작년 대선 부정선거 주장의 재탕이 아닌 교육과 세금 등 정책에 맞췄다.

WP는 민주당이 트럼프 끌어들이기에 ‘올인’했다면서 트럼프와 균형 맞추기 전략을 택한 영킨 후보가 선거전에서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 대통령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시아타렐리 후보 역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거리를 두되 세금과 전염병 대유행 대응 등을 고리로 상대 후보를 공략하는 전략을 택했다는 것이 CNN의 분석이다. 그는 트럼프의 대선 부정 주장을 비판하는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반면 민주당은 두 공화당 후보를 트럼프와 철저히 연계하며 반트럼프 정서에 기댄 선거운동에 열을 올렸다.

민주당은 지난 9월 민주당 소속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에 대한 주민소환 투표 때 이 전략을 택해 효과를 톡톡히 봤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버지니아 유세에서 영킨 후보를 “도널드 트럼프의 시종”이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양당의 이런 접근법은 승부처인 무당파, 특히 도심과 시골의 중간지대인 ‘교외층’ 표심을 얻으려는 전략과 직결돼 있다. 대졸 이상의 백인이 주로 거주하는 교외층은 특정정당 지지 성향이 상대적으로 약해 최근 각종 선거 때마다 승패를 좌우하는 ‘스윙보터’로 통했다.

결국 공화당은 트럼프 골수 지지층의 표심을 바탕으로 하되 트럼프와 일정 거리를 둠으로써 무당층 표심 확대를 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엔 최근 연이은 악재에 직면한 바이든 대통령에게서 이탈한 무당층이 상당하다는 판단도 반영돼 있다.

AP통신은 민주당이 반 트럼프 선거운동을 벌인 것은 타당하다면서도 이번 선거는 작년 대선처럼 반트럼프 구호만으로는 민주당이 승리할 수 없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