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심사관들에게 ‘양호한 도덕성’ 평가 지침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불법 체류자 추방에 이어 시민권 심사에도 강력한 규제를 예고했다. 합법적 영주권자(그린카드 소지자)들까지 시민권 신청 과정에서 강화된 도덕성 검증을 거쳐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CBS방송 등에 따르면 16일 연방 이민국(USCIS)은 심사관들에게 시민권 신청자의 ‘양호한 도덕성(Good Moral Character)’을 평가할 때 기존 범죄 여부 검토를 넘어 교육 수준, 납세 현황, 가족 부양, 지역사회 기여도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그동안 시민권 심사에서는 범죄 기록 등 이민법에 명시된 결격 사유가 없으면 도덕성 항목을 통과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나 새 지침은 ‘기술적으로 합법’이더라도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책임에 부합하지 않는 행위—예컨대 상습적 교통법규 위반, 괴롭힘, 부적절한 청탁—까지 심사 대상에 포함시켰다.
또 자녀 양육비 지급, 미납 세금 납부 여부, 보호관찰 준수 기록 등도 꼼꼼히 검토하도록 지시했다. 이로써 시민권 신청자들은 영어·시민권 시험 외에도 생활 전반에서 도덕성을 입증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합법적 이민자에게도 위축 효과를 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시절 USCIS 고위 관리였던 더그 랜드는 “무해한 행동까지 도덕성 결격 사유로 확대해 시민권 기각을 늘리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USCIS 측은 “미국 시민권은 황금 기준(golden standard)”이라며 “세계 최고 인재에게만 부여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기 집권 이후 난민 입국 중단, 불법 체류자 추방 강화 등 반(反)이민 정책을 잇따라 시행하고 있다. 이번 도덕성 심사 강화 방침은 그 기조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