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마스크 쓰고 긴즈버그 조문…’투표로 몰아내자’ 야유

백악관 “구호 끔찍, 가는 곳마다 지지 높운데”…CNN “지지자만 만나니까”

노스캐롤라이나·플로리다 유세 나서…바이든, 내주 첫 TV토론 준비 집중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4일 워싱턴DC의 연방대법원에서 고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을 조문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는 이날 오전 10시 긴즈버그 대법관의 시신이 안치된 대법원을 방문해 입구에 놓인 관 앞에서 몇 분간 머물며 경의를 표했다.

짙은 감색 양복에 푸른색 넥타이를 착용한 트럼프 대통령은 감색 마스크를 쓴 모습이었다. 평소 대중 앞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의 진귀한 모습이라고 CNN은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 있는 동안 대법원 주변에 몰려든 시민 일부는 야유와 함께 “투표로 그를 몰아내자”(vote him out)는 구호를 외치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면만 응시한 멜라니아와 달리 군중을 힐끗 쳐다보기도 했다.

백악관 공동취재단은 대법원에서 한 블록 정도 떨어진 곳에서 한 무리의 군중이 “그(긴즈버그)의 소원을 존중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반대자들과 맞대면하는 상황은 흔치 않다. 그는 작년 워싱턴DC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5차전 참석 당시 큰 야유를 받은 바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 부부는 몇 분간 성조기로 감싼 관 앞에서 조용히 서 있은 뒤 전용 차량으로 되돌아갔다”고 전했다.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그 구호들은 끔찍했지만, 늪의 중심부에 있을 때면 확실히 예상할 수 있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펜실베이니아, 노스캐롤라이나, 플로리다, 네바다 같은 주를 대통령과 함께 다니는데, 가는 곳마다 어떤 대통령도 이전에 겪지 못했던 것처럼 거리에 지지가 줄을 잇고 있다”고 강조했다.

CNN은 “트럼프가 전국을 유세할 때 보통 지지 군중만 만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유세 연설에서 자신이 유세 현장에서 야유를 받은 지 꽤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긴즈버그 대법관은 임종 당시 ‘나의 가장 뜨거운 소망은 새 대통령이 취임할 때까지 내가 교체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손녀가 공개한 바 있다.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에 의한 조작설을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26일 후임 대법관을 지명하고 대선 전 상원 인준 표결을 강행할 의지를 분명히 하는 등 이 문제가 이번 대선의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대선에서 질 경우 불복하겠다는 점을 시사하면서 연방대법원이 최종 판단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조문을 마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노스캐롤라이나에서 보건정책 연설을 한 뒤 플로리다에서 유세했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는 이날 별도 유세나 행사 없이 다음 주 열릴 첫 TV토론 준비에 집중했다.

한편 대법원은 전날부터 이틀간 긴즈버그 대법관의 관을 시민에게 공개해 일반인 조문을 받고 있으며, 추모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긴즈버그 대법관의 관은 25일 의회 의사당에 안치된 뒤 다음 주 남편이 묻힌 알링턴 국립묘지에 안장된다.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을 조문 중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부부 [EPA=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