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핵가방’ 걱정하지 않아도 될까

펠로시 하원의장 문제제기로 오랜 고민 공론화

군부견제 위해 핵공격 명령권은 대통령이 독점

대통령, 참모와 협의…군도 불법명령엔 거부권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독단적으로 핵 공격을 개시할 수 있다는 우려는 진지하게 받아들일 사안일까.

8일 AP 통신에 따르면 미군에 핵무기 발사를 명령할 수 있는 권한은 오직 미국 대통령에게만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 때문에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은 이날 마크 밀리 합참의장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돌발적 적대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하라고 주문했다.

오는 20일 퇴임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 내 시위대 난동을 선동했다는 비판과 함께 사임, 탄핵 압박에 직면한 가운데 즉흥적 행동에 나서지 못하도록 대비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핵무기 사용을 고려하고 있다는 정황은 알려진 바 없다.

미국 대통령은 의회, 행정부, 군의 동의를 받지 않고 ‘핵 단추’를 누를 권한을 냉전이 시작된 1940년대부터 보유하고 있다.

핵무기 발사를 명령할 수 있는 유일한 권한이 대통령에게 있다는 현재의 합의(arrangement)는 법으로 명시돼 있지 않다고 AP는 전했다.

이 권한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무기의 사용 결정을 군부가 아닌 민간인이 내리게 하려고 해리 트루먼 전 대통령이 만들었다.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폭 투하를 승인한 트루먼 외에는 이 권한을 사용한 미국 대통령은 없다.

전문가들은 대통령이 즉흥적으나 독단적으로 핵무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할 몇몇 안전장치는 여전히 작동한다고 말한다.

비록 전례가 없는 일이겠지만, 군 당국이 국제법에 따라 핵무기 사용이 불법적인 행위라고 결론지을 경우 대통령의 발사 명령을 거부할 수 있다.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과 함께 ‘핵 단추'(The Button)라는 책을 펴낸 톰 콜리나는 “만약 대통령이 이성적인 결정을 내릴 능력이 없는 상황에서 미군이 불법적인 명령을 받는다면, 이를 거부할 수 있고, 거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핵무기 사용 절차 아래서도 미국 대통령은 국방장관, 합참의장, 핵무기를 운용하는 전략사령관 등 참모들과 협의할 것으로 보인다. 협의 과정에서 다른 공격 방법, 법적인 측면을 포함한 다양한 평가가 이뤄진다.

콜리나와 페리 전 국방장관은 대통령의 핵무기 사용 결정 과정에서 의회가 개입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존 하이튼 미국 합참차장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군은 법적 명령만을 따를 의무가 있다고 2017년 강조한 바 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불법적 명령을 내릴 경우에 대해 “대통령에게 위법임을 알리고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여러 선택 가능한 옵션을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핵무기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합참의장에게 안전을 당부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 미국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안보 위협”이라며 임기가 12일 남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탄핵을 추진하고 있다.

연합뉴스TV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