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에 질렸다” 부시·파월 등 공화당 거물 반기

코로나19 부실대응·인종차별 항의시위 강경진압 여파

대선 여파는 ‘글쎄’…민주 ‘바이든 지지 공화당원’ 추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실정을 주장하며 반기를 드는 공화당 거물 인사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7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2012년 공화당 대선후보인 밋 롬니(유타) 상원의원, 콜린 파월 전 국무부 장관, 작고한 전쟁영웅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부인인 신디 매케인 등은 올해 11월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거나 유보했다.

공화당을 주도하는 원로 격인 이들 인사가 소속당 대선후보에 등을 돌린 배경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인종차별 항의시위를 둘러싼 부실 리더십 논란이 자리를 잡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코로나19의 최악 피해국으로 전락한 뒤 책임론에 휘말린 데다가 비무장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가혹행위로 숨진 뒤 촉발된 시위에 권위주의적 강경 대응을 일삼았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파월 전 장관은 CNN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거짓말을 일삼지만 공화당 의원들이 책임을 묻지 않는다”며 정치적, 사회적으로 더 가까운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를 대선 때 찍을 것이라고 밝혔다.

NYT는 하원의장을 지낸 공화당 거물인 폴 라이언, 존 베이너는 투표 여부를 밝히지 않았으나 일부 공화당원들은 제3당 후보를 지지하는 것을 넘어 민주당 바이든 전 부통령을 공개 지지하는 방안까지 저울질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의회뿐만 아니라 군부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반감이 목격되고 있다.

윌리엄 맥레이븐 전 해군 대장은 “민주, 공화, 무소속 등 누가 되든지 올해 가을에 미국에 새로운 지도자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훌륭한 군 통수권자에게 필요한 자질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코로나19 대유행, 끔찍한 인종차별과 부정의와 사투할 때 트럼프 대통령은 그런 자질을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을 거부하는 인사 중에는 2016년 대선 때도 반대 입장을 밝혀온 이들이 있지만 지금은 과거와 의미가 다르다는 지적이다.

2016년에는 트럼프 당시 후보의 승산이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고 민주당이 8년간 집권한 터라 위협받을 공화당 의제도 없었다.

그러나 올해 재선에 도전하는 현직 대통령에 대한 반대는 보수적인 법관 임명, 친기업적 규제 유지, 세금감면 정책 등 공들인 성과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공화당 거물급 인사들의 이탈이 실제로 대선에 미칠 영향이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 테드 크루스,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 등 흔들리지 않는 우군들이 의회에 포진한 데다가 적어도 여론조사에서는 일반 공화당원들의 이탈 조짐은 나타나고 있지 않다.

야당인 민주당은 공화당을 이탈하는 잠재적 지지세력을 흡수하기 위한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

NYT는 바이든 전 부통령이 내부 지지를 완전히 굳힌 뒤 선거운동 말미에 ‘바이든을 지지하는 공화당원’ 연합을 발족할 계획이라고 민주당 선거전략에 정통한 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코로나19 부실 대응, 인종차별 항의시위을 향한 부적절한 입장 등 논란에 휘말리며 공화당 내부에서도 반발을 사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AFP=연합뉴스 자료사진]